[뉴스토마토 남궁민관 기자]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국내 주요 정유사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제마진으로 높은 수익률을 챙겼지만, 저유가 수렁이 깊어지면서 정제마진을 누리기보다 재고평가손실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다는 분석이다.
22일 각 증권사 및 정유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총 영업이익은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지난해 3분기까지 기록한 누적 영업이익은 총 4조893억원으로,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을 합치면 5조원 돌파가 유력시된다. 증권가에서 전망해는 지난해 4분기 각 사별 예상 영업이익은 SK이노베이션 2500억원, GS칼텍스 2700억원, 에쓰오일 2200억원, 현대오일뱅크 2000억원 수준이다.
정유 4사가 지난해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었던 주요 요인은 높은 정제마진이다. 정제마진이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 및 운송비용을 제외한 순 마진을 뜻한다. 지난해 급격한 유가 하락에도 석유제품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정유사들이 높은 수익율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정유마진 호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저유가 상황에서 석유제품에 대한 소비가 뒷받침됐기 때문에 원유가격 하락에 비해 제품가격은 덜 떨어졌다"며 "다만 올해는 중국의 성장둔화 등 세계경제가 연초부터 요동치면서 소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국제유가의 하락에 따른 재고평가손실 확대, 중국·중동을 중심으로 한 현지 정유사들의 정제설비 증설 등도 정유사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재고평가손실이란 정유사가 원유를 구입해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사이 원유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발생하는 손실을 말한다. 최근 국제 유가는 20달러 선까지 급락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사들이 비축한 재고평가손실 역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중동지역 정유사들의 증설 역시 국내 정유사들에게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전세계 정유업체들이 가동률을 최대로 끌어올린 상황에서 새로운 업체들이 증설을 통해 공급을 늘릴 경우 정제마진의 하향 압박은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와 정제마진 등 올해 정유시장은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이 몇조원 단위로 널뛰기를 할 만틈 변동성이 심해졌다"고 말했다.
바레인 사히르 유전의 모습.사진/AP뉴시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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