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배에게 희미하게 마주하는 등대의 불빛은 올바른 길로 항해하고 있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고마운 존재이며 소중한 길잡이가 된다. 이렇듯 어둠속에서 멀리 보이는 한줄기 빛은 지향하는 바대로 올곧게 전진하게 하는 명확한 길잡이가 될 수 있다. 어렴풋하게 기업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알았다고 하여도 지배구조의 개선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지향해야 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있어야 그 구체적인 개선방안이나 실천방안을 제대로 찾아갈 수 있다. 누구를 위하여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하는 것일까?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제도를 법률에 도입하고 시행규정 등을 만드는 국회나 정부를 위한 것일까? 아니면 지배구조 개선을 외치는 시민단체를 위한 것인가? 또는 기업의 경영을 맡고 있는 경영진이나 지배주주를 위한 것인가? 그도 아니면 기업의 소유자인 주주를 위한 것인가?
이 문제는 사실 ‘기업의 주인은 누구인가?’ 라는 회사의 본질에 대한 법적인 문제 내지는 철학적인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일반적 견해는 회사는 주주의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인식은 본질적으로 틀리지 않다. 회사는 영리조직으로서 기본적으로 투자된 자본을 바탕으로 노동력과 원재료 등 필요한 자원을 투입하는 활동을 하고 이를 통하여 수익을 올린다. 그리고 획득된 수익은 원래의 투자자인 주주에게 다시 배당을 통하여 돌려주게 된다. 물론 재투자를 통하여 더 큰 수익을 추구하기도 하며 이러한 판단은 회사법이나 정관의 규정에 따라 주주총회의 결정에 따르거나 대표이사나 이사회의 판단에 맡겨지기도 한다.
어찌됐든 회사의 주인을 이야기하면서 주주를 빼놓을 수는 없다. 다만 법적인 소유권의 문제만이 아니라 좀 더 큰 의미로 회사의 역할이나 기능, 현대 사회와 국민경제에서의 중요성 등을 포괄적으로 고려하면 회사의 주인은 오직 주주뿐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왜냐하면 회사는 이미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자리매김 하였으며, 회사에서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이용 없이는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편리한 생활 또는 원하는 삶을 영위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회사에서 일하는 대가로 급여를 받아 가계생활에 필요한 소비를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 대부분은 소비자로서 회사에서 생산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개인정보가 회사에 전달되기도 하며 때로는 구매한 제품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기도 한다. 회사에 원료를 제공하는 사람들도 있고 회사에서 만든 1차 가공물을 재료로 다시 상품을 만드는 회사도 있다. 회사는 제품생산을 위하여 공장을 짓기도 하고 이 공장에서는 생산을 위하여 부득이하게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폐수나 오염물질을 배출하기도 한다. 요지는 현대인의 삶에서 회사를 빼놓고는 제대로 된 생활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제 회사는 단지 주주의 것이라고만 이야기하기 어려울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물론 주주 이외의 사람들이 회사에 대하여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이가 회사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이들도 회사와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로 회사의 이해관계자라는 용어가 쓰인다. 비교적 직접적인 이해관계자는 그 회사의 근로자, 소비자, 공급업체나 하청업체, 회사가 위치하는 지역사회 등이다.
이제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라는 본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자. 앞서 본 바와 같이 회사의 주인은 기본적으로 주주이나 현대사회에서 회사의 역할과 사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할 때 이해관계자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즉 기업지배구조 개선은 기본적으로 주주와 회사의 이해관계자 모두를 위한 것이다. 지배구조의 개선을 통하여 주주와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더욱 증진시키게 된다. 이러한 논지에 동의한다면 그 누구도 지배구조 개선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정재규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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