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STX 뇌물 수수' 사건으로 기소된 정옥근(64) 전 해군참모총장이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장남 정모(38)씨는 1심의 실형 선고와 달리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승련)는 12일 특가법상 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정 전 총장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10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4년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정씨에게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이 STX 그룹에 압력을 넣어 거액의 후원계약을 체결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으나 1심과 달리 특가법상 뇌물죄가 아닌 형법상 뇌물죄를 적용했다.
재판부는 "요트앤컴퍼니는 정 전 총장과 아들, 김모씨 등 3명이 각 33%씩 지분을 가진 독립된 법인"이라며 "뇌물액은 7억7000만원 전액이 아니라 요트앤컴퍼니 주식 33%를 보유한 아들이 얻은 경제적 이익으로 제한돼야 하고 그 이득액은 산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트앤컴퍼니 주주로 이들 부자 외에 다른 주주들도 있다는 점에 비춰 이 회사를 정 전 총장의 1인 회사로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정 전 총장이 국방부 국방정보본부 전투발전보안부장 이모(63)씨로부터 해군 정보함 납품장비 선정과 관련해 청탁을 받고 6000만원을 전달받은 혐의를 원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이씨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라면서도 "사례금 중 3000만원을 빼돌려 배달사고를 일으킨 이씨에게는 허위로 진술할 동기가 있으며, 뇌물 전달을 부탁한 무기중개업체 대표 이모씨의 진술과도 차이가 있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아 무죄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전 총장과 이씨 사이에 '1억원의 뇌물 약속'이 있었다는 점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형법상 '뇌물의 약속'은 당사자 간 합의나 의사가 확정적으로 합치돼야 하지만 당시 통신장비 납품단가 하락 등으로 사례금이 변경됐고 해군 총장실에서 이씨가 정 전 총장에게 직접 "1억원 줄게"라고 말한 후 서로 간에 이를 합의했다고 볼 가능성도 극히 적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정 전 총장에 대해 "STX그룹과의 후원계약을 통한 뇌물 수수액이 변경됐으나 해군참모총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적극적으로 뇌물을 요구한 행위가 불량하다"면서 "그 결과 아들이 취득한 이익이 적지 않은 점 등에 비춰 실형 선고는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들 정씨에 대해서는 "정 전 총장의 지위를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취했으나 STX그룹에 압력을 가한 자는 아버지"라면서 "정 전 총장에게 중형이 선고되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 전 총장은 해군 유도탄 고속함과 차기 호위함 등에 대한 수주 편의 제공 등의 대가로 STX그룹으로부터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요트앤컴퍼니를 통해 7억7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아들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정 전 총장은 이 외에도 해군 정보함 3차 사업 추진과 관련해 2008년 이씨로부터 독일 E사의 부품 납품에 대한 청탁을 받고 6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1심은 정씨 부자의 모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 정 전 총장에게 징역 10년과 벌금 4억원, 추징금 4억4500만원을 선고했다. 정씨에게는 징역 5년에 벌금 2억원과 추징금 3억850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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