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명동 사채왕'으로부터 사건 청탁과 거액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가 선고된 최민호 전 판사에 대해 대법원이 전부 유죄를 인정했다.
대법원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8일 사채업자 최모(62·수감중)씨로부터 청탁과 함께 억대의 돈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알선수재)로 기소된 최 전 판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일부무죄 판결한 원심을 깨고, 전부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알선수재의 ‘알선’은 공무원 직무에 관해 부탁을 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는 행위로, 장래의 것도 무방하고 금품 수수 당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현안이 있거나 그것이 특정될 필요도 없다"며 "최씨가 피고인에게 건넨 1억원에는 향후 형사사건에 관한 알선 청탁을 위한 명목이 포함되어 있고, 피고인도 이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피고인은 이전에 최씨로부터 구체적 사건의 알선 청탁을 받고 금전을 수수하는 과정에서 최씨의 사업내용, 전과내용 등을 알고 있어 또 다른 형사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상할 수 있었고, 돈이 직접 오가게 된 진정 사건이 곧 형사사건으로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최씨가 건넨 1억원이라는 금액 역시 친분교류 명목으로 보기에 지나치게 크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렇다면 최씨가 건넨 1억원은 피고인에 대한 진정이 제기된 것에 대한 사과 의미뿐만 아니라 공무원의 직무 관련 청탁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도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알선과 금품수수 대가관계가 인정된다"며 "이와는 달리 알선 대상이 불특정된다는 이유로 이부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검사출신이기도 한 최 전 판사는 숙부를 통해 알게 된 최씨로부터 형사사건 수사와 재판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2009년 2월부터 2010년 3월까지 4회에 걸쳐 680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받았다.
이후 최씨는 2011년 말 대여금 사기 사건에 휘말려 불리해지자 최 전 판사와의 친분을 과시했다. 그러나 상대방이 이 사실을 법원에 진정해 최 전 판사로부터 항의를 받게 되자 추가로 1억원을 더 건넸다.
이 사실은 2014년 4월 최씨의 내연녀가 최씨와의 갈등 끝에 폭로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이에 최 전 판사는 개인 자격으로 보도자료까지 내고 "최씨와는 종친으로 전세자금으로 돈을 빌린 것이고, 모두 갚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대법원도 당시 "사실확인 결과 최씨와 그의 내연녀간 분쟁과정에서 경찰이 내연녀의 진정에 관해 (최 전 판사)에 대한 첩보입수 수준의 조사를 진행하다가 혐의 관련 소명이 없어 내사절차에 착수하지도 않고 종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이 정식수사에 착수한 끝에 결국 특가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1심은 최 전 판사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4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뒤에 받은 1억원에 대해 "최 전 판사가 알선대상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로 판결, 징역 3년으로 감형했다.
대법원 조형물 '정의의 여신상'.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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