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세계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바일 기기는 77억대에 달한다. 시장조사업체 GSMA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모바일 기기의 숫자는 지난 2014년부터 세계 인구를 앞질렀다. 단순히 나눗셈을 한다면 1인당 1개 이상의 모바일 기기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인프라가 취약한 개발도상국 등에서는 모바일 기기가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모바일의 중요성은 웹을 뛰어넘는다. 모바일 기기의 보급과 사용이 확산되면서 이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의 규모도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도 모바일과 앱이 마케팅의 주요 창구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일반적인 형태의 앱 뿐만이 아니라 메시징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자동으로 스트리밍 되는 앱까지 나타나며 앱을 통한 마케팅의 형태도 변화하고 있다.
모바일 및 애플리케이션(앱)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들의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앱을 통해 소비패턴을 유도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자체 앱을 없애고 메시징 앱 등을 통해 '보이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자료사진/뉴시스·AP
지난 2008년 애플이 선보인 앱스토어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애플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들은 앱을 구매하는 데에만 200억달러를 썼다. 모바일 앱 분석서비스 업체 앱애니(App Annie)는 구글 안드로이드까지 합한 지난해 앱 시장 규모를 411억달러로 추산했다. 올해에는 글로벌 앱스토어 매출은 전년보다 24% 증가한 509억달러로 전망됐으며, 2020년이면 101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앱을 이용하며 보내는 시간도 늘고 있다. 안드로이드폰 기준으로 앱에서 보낸 시간은 2014년에서 2015년 사이 63%나 증가했다.
동시에 앱 시장의 양극화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여러 기업이 다양한 앱을 내놓고 있지만 실제로 사용자들을 붙잡는 앱은 몇개 되지 않는다. 테크·미디어 컨설팅업체 액티베이트의 조사에 따르면 상위 5개 앱이 전체 사용시간의 4분의3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77%의 앱이 다운받은지 3일만에 삭제되는 운명에 처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전문가를 인용해 "(앱 시장의)가치 99%가 0.01%의 앱에 쏠려있다"고 지적했다. 앱 시장은 성장하지만 사용자들의 눈길과 손길을 사로잡는 앱을 만들고 홍보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앱’ 통해 소비습관 만들어야
와튼경영대는 지난해 '손안에서 결정되는 브랜드의 운명'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제 모바일은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아닌 하나의 습관이 됐음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모바일 마케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앱을 내놓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앱을 통해 새로운 소비습관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보고서는 스마트한 앱 전략을 구사하는 대표주자로 스타벅스를 꼽았다. 스타벅스는 하워드 슐츠 최고경영자(CEO)가 "기술 혁신은 스타벅스가 미래로 나아가는 힘"이라고 강조할 정도로 모바일 부문에 힘쓰고 있다. 앱을 통해 매장 밖에서도 커피를 주문하고 결제하는 일은 스타벅스에서는 더 이상 생소한 일이 아니다.
지난달 21일 스타벅스가 공개한 2016회계연도(2015년 10월~2016년 9월) 1분기 실적에 따르면 미국 내 전체 매출의 21%가 앱을 통해 발생했다. 미국 내 스타벅스 앱 고객은 1110만명으로 지난 1년간 23% 증가했다. 케빈 존슨 최고업무집행책임자(COO)는 "월평균 600만건의 모바일 주문·결제가 이뤄지고 있다"며 "올해 들어서는 앱 매출 비중이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모바일 앱을 통해 소비습관을 유도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스타벅스 홈페이지
미 투자전문 사이트 모틀리 풀(Motley Fool)은 스타벅스의 디지털 전략이 성공한 주요 요인으로 ▲특정 소비패턴을 유도하는 보상프로그램(리워드·Reward) ▲충전식 결제 서비스를 통한 소비 촉진 ▲원격주문(사이렌 오더)을 통한 생산성 향상 등을 꼽았다. 던킨도너츠 등 경쟁업체들도 유사한 앱을 내놓았지만 스타벅스가 시장을 선점한 만큼 큰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 스타벅스는 최근에는 앱을 통해 매장에서 나오고 있는 음악이 어떤 것인이 알려주는 서비스와 음료 및 식품 배달 서비스까지 런칭하면서 디지털화 드라이브를 강화하고 있다.
와튼경영대는 스타벅스 이외에도 과거 맥주 브랜드 버드와이저가 선보였던 '아이스 콜드 인덱스(Ice Cold Index)' 앱도 좋은 마케팅 사례로 제시했다. 앱을 통해서 기온이 높은 지역일수록 맥주 가격을 더 많이 할인받을 수 있도록 한 이벤트로 소비패턴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는 평가다.
게임을 통해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했던 '스크래블(Scrabble)'의 사례도 눈여겨볼만 하다. 스크래블은 단어맞추기(스크래블) 게임을 해 얻은 점수 만큼 무료 와이파이를 제공했는데, 단 2주만에 스크래블에는 6000개의 단어가 등록됐고 1833시간 이상의 와이파이가 무료로 제공됐다.
앱 대신 메신저나 스트리밍 활용
눈에 띄는 앱을 만들지 못할 바에는 아예 앱을 없애버리기도 한다. 직접 앱을 만들고 유통하는 데에 시간과 비용을 쏟기 보다는 이미 시장을 장악한 다른 앱을 이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FT는 '보이지 않는 앱(invisble apps)'과 '앱 스트리밍 서비스' 등 앱을 넘어서는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보이지 않는 앱'은 주로 모바일 메시징앱을 이용한다. 기술추천사이트 프로덕트헌트(Product Hunt) 설립자 라이언 후버가 처음 이름을 붙인 개념이다. 후버는 보이지 않는 앱이 생기는 것은 과거 소규모 사업체들이 자체 홈페이지 대신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프랑스의 경비추적 스타트업인 버들리(Birdly)는 자체 앱을 런칭하는 대신 기업용 메시징 앱 슬랙(Slack)으로 서비스를 대신했다. 이용자들이 영수증 사진을 찍어 슬랙을 통해 전송하면 인공지능 봇(bot)이 자동으로 데이터를 계산해 정리해주는 식이다. 우크라이나 여행사 포켓투어도 바이버(Viber)를 이용해 고객 상담을 하고 있다. 앱 대신 문자메시지(SMS)를 이용하는 곳도 있다. 자동저축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핀테크기업 디짓(Digit)은 매일 SMS를 통해 저축총액 등을 알려주고 있다. 인출이 필요할 때도 SMS로 '인출(Withdrawal)'이라는 단어와 함께 액수를 기입해 전송하면 된다.
보이지 않는 앱을 구동할 수 있는 플랫폼 격인 메시징 앱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에서는 이미 지난 2014년 카카오가 '옐로아이디'를 선보인 바 있다. 중소 사업자들이 별도의 앱을 만들지 않고도 카카오톡을 통해 소비자들과 대화하고 쿠폰 등을 발송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현재 가입자는 4만5000명에 달한다. 카카오 이외에도 라인과 위챗 등 다수의 아시아권 메신징 앱이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FT는 북미권에서는 페이스북이 가장 활발하게 사업자용 서비스 시장 확장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개발자들이 추가기능을 만들 수 있도록 페이스북 메신저를 개방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왓츠앱을 통한 사업자와 소비자 간 소통채널 구축을 발표했다. 슬랙도 지난해 12월 개발자들이 메시지 서비스를 통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선보였으며 이를 위한 지원금으로 8000만달러를 제공키로 했다.
앱을 대체할 또 다른 수단은 '모바일 웹', 즉 인터넷 브라우저다. 이 실험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구글이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북미지역에서 '앱 스트리밍' 서비스를 공개했는데 이를 이용하면 앱을 다운받지 않고 스트리밍해 이용할 수 있다. 각각의 기기 대신에 클라우드에 저장된 가상의 기계에 앱을 설치하고 이를 스트리밍해 이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아직은 시범 시행 단계로 이용 가능한 앱이 9개에 불과하지만 잠재력은 매우 크다.
앱 스트리밍을 이용하면 앱을 다운받고 실행해야지만 알 수 있는 정보를 구글 검색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앱을 다운받는 번거로움 없이도 원하는 결과를 검색할 수 있다. 구글 입장에서도 검색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앱을 개발하는 입장에서도 앱 스트리밍은 큰 기회라고 설명했다. 검색을 통해 앱이 노출되고 테스트되는 빈도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구글의 앱 스트리밍을 이용하면 앱을 다운받지 않아도 같은 기능을 모바일 웹 상에서 실행할 수 있다. 사진/구글
FT는 앱을 없애는 방법이 더 극적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와 같은 앱의 형태와 기능은 점점 축소되고 대신 푸시알림 형태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업체인 베타웍스의 CEO 존 보스윅은 "앱을 열고 그 속에서 인터넷에 없는 정보를 찾는 대신 스마트폰과 그 속에 있는 맥락을 품은 정보가 필요한 내용을 푸시 알림으로 전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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