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침해 독소조항 논란에 휩싸인 '테러방지법'에 대해 일부 법학전문대학원생(로스쿨)들이 한목소리로 반대하고 나섰다.
인권법학회 연합(인연) 소속 로스쿨생들은 28일 성명을 내고 "이번 테러방지법의 내용과 직권상정 절차가 모두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성명서에서 이들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 없다"며 "정의화 국회의장은 직권상정을 철회하고, 정부와 여당은 국민의 인권을 침해할 테러방지법 제정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우선 이들은 정 의장이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한 것은 위법하고, 법안이 통과되면 국가기관에 의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될 것으로 우려했다.
이들은 "정 의장은 국회법 제85조 1항 2호에 의해 지금 상황이 '전시·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면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다"며 "즉 전쟁, 내전, 쿠데타 혹은 이와 유사한 상황이 지금 현재 펼쳐져야 하지만, 이러한 일이 펼쳐지고 있지 않으므로 직권상정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법안 제2조 3호는 '테러위험인물'에 대해 테러에 관한 '예비·음모·선전·선동을 했거나 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며 "'예비·음모'의 정의 자체도 모호하고, 여기에 모호한 기준인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라고 규정하면 누가 테러위험인물인지 알 수 없어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법안이 국정원장에게 과도한 권한을 주고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대테러에 관한 법과 제도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법안 제9조 제1항은 국가정보원장은 테러위험인물에 대해 출입국·금융거래와 통신이용 등 관련 정보를 수집할 권한을 준다"며 "같은 조 제2항은 사상·신념, 정치적 견해, 성생활 등의 민감정보를 위치정보사업자에게 요구해 수집할 수 있는 권한까지 부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경찰청훈령으로서 테러취약시설 안전활동에 관한 규칙이 있고, 대통령훈령으로서 국무총리가 의장이자 범정부기구로서의 테러대책회의, 국가안보실·금융위원회 등 14개 기관의 임무가 규정되어 있다"며 "국무총리는 자신이 테러대책회의 의장인 줄도 몰랐으나, 테러예방과 대응에 관해 이미 기구가 마련돼 있다"고 밝혔다.
법안 제7조 제1항에서 대테러 인권보호관 1명을 둔다는 내용에 대해서도 "단 1명의 인권보호관을 두는 것으로는 인권침해를 최소화시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권침해예방에 전혀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또 국정원이 대통령 직속 기구란 점에서 인권보호관에 관한 규정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으로는 견제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일일이 나열하기도 벅찰 정도로 수많은 불법을 저지른 국정원에 무엇을 믿고, 무슨 일을 시키려고 더 강한 권한을 주려고 하는가, 국민이 자신이 사찰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기를 원하는가"라며 "그렇게 국민을 감시하려고 했던 독재자나 국가의 최후가 모두 불행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앞서 정 의장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법 제85조 1항 2호에 의해 현재 상황이 전시·사변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면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했으며, 이에 반발해 이날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의원부터 시작된 야당 의원의 필리버스터가 28일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테러방지법을 직권상정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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