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시중은행 등 금융사들의 '묻지마'식 판매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에서는 상품 포트폴리오가 준비되지 않았는데도 전체 직원들에게 과도한 할당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과 업계가 오는 14일 ISA상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상품 개발과 운영에 대한 준비가 아직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증권사들이 이달 초 금융감독원에 ISA 출시 상품에 대해 사전 보고를 했지만 포트폴리오가 공개되지 않은 곳도 있는 상황이다. 또 일부에서는 시스템 정비나 전산 개발을 마치지 못해 아예 상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 지점에서는 확정하지 않은 ISA 수수료율을 예약가입자들에게 마치 확정 수수료율인 것처럼 안내하거나, '무조건 예약가입하면 유리하다'는 식의 영업행태를 지속하고 있다.
한 은행에서는 본점 및 지점 직원들에게 150~200개씩 계좌를 유치하란 지시가 떨어지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은행은 한 직원은 "친한 지인들에게는 출시 전에 미리 사전가입신청서를 받아놓고 있다"며 "다른 은행을 주거래 고객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미리 사전가입을 받아놔야 뺏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러한 실적주의가 금융당국의 의도대로 은행의 경쟁력 촉진, 고객 서비스 확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냐는 것이다. 과열된 금융회사들의 고객 유치 경쟁이 결국 불완전판매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SA의 수수료는 예·적금 등 저위험·저수익 상품보다 고위험·고수익 상품이 더 높다"며 "수수료를 챙겨야 하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수수료가 높은 투자상품의 가입을 유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ISA 고객 유치전이 이미 과열양상으로 번진지 오래지만 금융당국은 구두 경고만 남발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등 당국 수장들이 ISA 불완전 판매에 대해 '강력 대응 입장'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이렇다할 경고를 받은 곳은 전무하다.
오히려 금융사들의 '선의의 경쟁'으로 보고 금융권 경영사항에 당국이 이래라 저래라 직접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가 원금손실 우려가 있음에도 '국민 재산을 늘리기 위한 ISA'라는 정책성 홍보에만 열을 올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소비자원은 ISA 불완전판매에 대한 소비자 보호 대책을 요구하며 지난 10일부터 ISA 불매운동을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도 금융회사들이 내건 경품이나 금리 혜택에 현혹돼 무작정 가입을 서두르기보다는 회사별 수수료나 상품 구성을 꼼꼼히 따져본 뒤 가입하라고 조언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금융당국이 ISA 불완전 판매에 대해 '강력 제재' 방침을 거듭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은행, 증권사 등 금융사들은 과도한 고객 유치 경쟁에 혈안이 돼 있다. 왼쪽부터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임종룡 금융위원장. 사진/뉴스1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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