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알파고와 세번째 대결에서도 완패…"약점없는 알파고"
초반 맹공 실패…알파고,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우승
2016-03-12 18:38:36 2016-03-12 18:38:36
구글의 인공지능(AI) 알파고(AlphaGo)와의 세번째 시합에서,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완벽에 가까운 수읽기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시합 176수 만에 이 9단은 불계패를 선언했다. 
 
이 9단은 12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3국에서 알파고에 176수 만에 불계패를 당했다. 이 9단은 첫 전투 이후부터 시합 내내 알파고의 수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9일과 10일에 시합에 이은 3연패다. 이로써 남은 두번의 시합 결과에 상관없이 이번 매치의 최종 승자는 알파고로 결정됐다.
 
이날도 알파고는 인간이 생각하기 어려운 독특한 수를 계속해서 선보였다. 현장 중계를 맡은 이현욱 8단은 "바둑을 정상적으로 공부 한 사람은 못 두는 수를 계속 알파고가 뒀다"고 말했다. 또 당초 패싸움에 약한 것으로 알려졌던 알파고가 이번 경기에서는 패싸움에서도 강한 면모를 보여줬다. 이 8단은 "오늘 경기를 보면 알파고의 약점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세돌 9단의 알파고와의 세번째 대결에서도 불계패를 당했다. 9일과 10일에 이은 3연패다. 이 9단이 시합 중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구글
 
이 9단은 경기 초반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듯 했다. 지난 1국과 2국의 경험을 통해 초반 주도권을 잡아야 경기를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9단은 시합 초반 계속해서 공격을 퍼부었으나, 알파고의 강한 수비에 좀처럼 승기를 잡지 못했다.
 
또 초반부터 알파고와 이 9단의 남은 시간의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졌다. 2국에서 이 9단이 시간 부족으로 초읽기에 들어가 힘든 싸움을 벌였기 때문에, 시간 격차가 벌어질 수록 장내 분위기는 술렁였다. 시합 2시간이 지난 시점에는 남은 시간의 격차가 40분 가까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합 시작 후 1시간 반이 넘어섰을 무렵, 이 9단의 불리한 형세가 명확해 졌다. 이 9단의 공격을 알파고가 역으로 이용하는 모습들이 이어졌다. 한 번만 이 9단이 삐끗하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도 어러차례 나왔다.
 
이 9단의 스승인 권갑용 8단도 이날 호텔을 찾아 시합을 지켜봤다. 시합을 지켜보던 권 8단은 "이세돌 9단이 좀 갑갑해 진 것 같고, 알파고의 수 읽기가 엄청 센 것 같다"며 "이 9단의 흔들기를 알파고가 역으로 받아치면서 거꾸로 이 9단이 곤경에 빠진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권 8단은 "(이 9단의) 지금 표정이나 현재 상황을 봤을 때 답을 못 찾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시합 중반 이후부터 이 9단은 불리한 상황을 타계하고자 무리해 보일 수도 있는 승부수를 계속 던졌다. 성과는 없었다. 이 9단은 웬만한 프로기사들이라면 절대 두지 않는 수를 두는 등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115수에서 모두가 깜짝 놀랄만한 무리한 수를 두고 나서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현욱 8단은 "이번 시합의 승리를 위한 수이기 보다는 앞으로 남은 수를 대비하기 위해 실험적인 수를 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알파고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바둑판에 돌이 쌓여가면서, 계산해야 할 경우의 수가 갈수록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연산 능력이 강점인 알파고의 특성상 경우의 수가 줄어들 수록 더욱 완벽한 수를 보여줄 수 있다. 
 
시합 2시간 20분을 넘어선 때 이 9단은 결국 주어진 시간을 모두 사용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 9단은 반칙패를 면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1분 안에 수를 둬야 했다. 시합 막바지에는 거의 역전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차이가 벌어졌다. 이 9단의 표정은 계속해서 어두워졌고, 결국 176수 만에 돌을 거뒀다.
 
이현욱 8단은 "이세돌 9단이 초반부터 굉장히 전투적으로 판을 이끌었지만, 알파고가 전투에 굉장히 잘 대응 했다"며 "(이 9단이) 아직 알파고에 대한 대비책을 찾지 못한 것 같고, 앞으로의 시합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석 기자 seokitno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