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가 정청래 의원 등을 공천배제(컷오프)해 파문이 일면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에 대한 야권 핵심지지층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중도층으로 외연을 넓히는 효과보다 '집토끼'라 불리는 기존 지지자들의 이반 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민주 주최 ‘더드림 경제콘서트’ 행사장에는 정 의원 지지자 100여명이 모습을 보였다. 김 대표와 박영선 의원 등이 참석한 이날 행사장 내에서 지지자들은 ‘정청래를 살려내라’, ‘정청래 컷오프 철회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행사 중간에 자리를 뜨는 김 대표를 향해 이들은 "정 의원의 컷오프 이유를 설명해달라", "정 의원이 뭘 잘못했냐"고 소리치기도 했다. 정 의원실 관계자는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당에서 경찰에 시설보호 요청을 했다”고 알렸다. 정 의원 지지자들은 11일 부산, 12일 경기도 일산에서 열린 ‘더더더 콘서트’에서도 피켓시위와 자유발언을 했다.
더민주 핵심 지지층들은 그동안 김 대표의 '북한 궤멸' 발언이나 햇볕정책 수정론 등에 대해서는 중도층 공략으로 여기며 불만을 크게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공천을 통해 나타나는 정당 운영 방향이 윤곽을 보이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 대표가 노무현 대통령 시절 국무총리를 역임한 이해찬 의원의 용퇴 필요성을 시사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더민주는 12일 이 의원과 김병준 전 교육부총리를 두고 세종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의원이 선거사무소 개소식을 열고 출마 의지를 다지는 날이었다.
11일 부산 콘서트는 당의 복잡한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날 행사는 당초 참석 예정이었던 정 의원과 문재인 전 대표, 표창원 비대위원 등이 불참하며 맥빠진 분위기였다. 총선을 한달여 앞두고 분위기를 결집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참석을 취소한 것은 당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흥행 요소가 될 만한 인물들이 이처럼 움츠러들면서 야권 결집에 악영향을 줄 전망이다.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부산 콘서트에서 정 의원을 언급하며 “무소속 출마를 해서라도 살아서 당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종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정 의원의 재심을 받아주고 다시 심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러한 반발은 김 대표가 선거공학적으로만 사안을 결정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기존 지지층의 지지에 균열을 가하는 행동은 극히 삼가야 하며 정 의원 컷오프로 지지층 균열이 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야권연대가 어려운 현실에선 더민주의 지지층을 더욱 확실하게 잡고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내 결정권자들의 언행이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 10일 정 의원 컷오프를 발표한 직후 “택시타고 오는 길에 기사에게 물어보니 어떤 사람보다도 좋은 얘기를 했다”며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다음날에는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미국의 로널드 트럼프처럼 (막말의) 챔피언 수준"이라고 말을 바꿨다.
더민주 비대위가 지난 11일 부로 비례대표 후보 선출 권한을 갖게 돼 김 대표의 권한이 더욱 커진 상황에서 지지층과 괴리된 결정을 하게 될 경우 불러올 파장은 총선 변수로까지 꼽히고 있다. 김 대표는 비례대표 선정 과정에서 경제·외교·안보 분야의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해왔다.
공천에서 탈락된 의원들의 재심 신청은 이어지고 있다. 전병헌 의원은 13일 서울 여의도 당사를 방문해 재심신청서를 제출했다. 전 의원은 이후 기자회견에서 “당헌·당규 상 규정된 공천심사 규정을 위배한 권한 남용의 공천”이라며 당의 재론을 촉구했다. 2차 공천탈락 명단에 이름을 올린 5명 중 부좌현·윤후덕·정청래·최규성 의원도 당에 재심을 청구했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13일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더드림 경제콘서트 행사에서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인사말을 하는 동안 컷오프 대상이 된 정청래 의원 지지자들이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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