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정유업계가 지난 2분기 석유사업 부문의 사상 유례없는 부진을 만회해줬던 화학제품 가격마저 떨어지면서 석유, 화학 두 분야에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정유업계는 지난 2분기 단순정제마진과 복합정제마진이 동반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석유사업에서 SK에너지 683억원, GS칼텍스 475억원, S-Oil 260억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기록한 바 있다.
국내 최대 정유업체 SK에너지의 경우 지난 2분기 석유사업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한 5조8304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쳐 2006년 4분기 이후 석유사업에서 첫 분기손실을 기록했다.
석유사업의 바닥에 가까운 부진을 만회해 영업적자를 영업이익으로 돌려놓는데 큰 역할을 한 것이 바로 화학부문 실적이었다.
지난 2분기 SK에너지는 화학사업에서 매출액 2조5448억원에 영업이익 2587억원을 기록하며 10%가 넘는 석유화학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을 나타낸바 있다.
GS칼텍스 역시 같은 기간 매출액 1조68억원에 영업이익 2459억원, S-Oil도 매출액 3539억원에 영업이익 522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24.4%, 14.8%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이렇듯 지난 상반기까지는 역내 최대 시장인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부양 정책에 힘입어 세계적인 경기침체 속에서도 국내 정유업계의 화학사업 부분은 호황을 누렸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상승세를 지속했던 대표적 화학 제품인 파라자일렌(PX)과 2분기 들어 급등세를 보였던 벤젠 가격이 3분기부터 꺾이기 시작했다.
폴리에스테르의 중간 원료가 되는 PX 가격은 지난달 31일까지만 해도 톤(t)당 1000달러대를 웃돌았고 이에 따라 원료인 나프타 가격과의 차이가 무려 800달러대까지 벌어지면서 효자제품의 1인자로 등극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 1일에는 하루만에 47달러가 폭락하며 960달러를 기록했고 이후 약보합세를 반복하다 최근에는 900달러 초반에 머물고 있다.
벤젠가격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900달러를 넘어서던 벤젠가격은 지난달 중순경 800달러선까지 하락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780달러까지 떨어졌다. 최근에도 700달러 후반대에서 약보합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에 대해 오정일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상반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중국을 중심으로 화학제품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견고하다”며 “그러나 지난 상반기는 중국, 태국 등 아시아 역내에서 나온 신·증설 물량이 공급되지 않았지만 3분기부터는 중국의 CNOOC, 후지안 리파이너리 등에서 PX, 벤젠 등의 물량이 쏟아지고 있어 화학제품 공급이 과잉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아시아 역내 공급과잉이 국내 정유업계의 화학 분야 활황에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오 연구원은 “오는 4분기에도 쿠웨이트나 오만 등지에서 PX 신규설비가 가동을 시작하기 때문에 가격의 빠른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중국의 수요가 하반기 갈수록 회복될 것으로 보여 가격이 바닥까지 급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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