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정유업계 과점구조는 '당연'?
업계 "세계적 추세"..시민단체 "정부가 해소노력 해야"
2009-09-18 09:17:08 2009-09-18 09:18:09
[뉴스토마토 손효주기자] 16일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 정유시장은 SK에너지, GS칼텍스 등 4개사의 과점이 고착화된 구조"라는 의견을 제시하자 “과점일 수 밖에 없는 산업적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는 정유사들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6일 '석유산업 경쟁정책보고서'를 발간해 “지난해 기준 국내 정유시장은 SK에너지가 36.52%, GS칼텍스 29.83%, 현대오일뱅크가18.42%, S-Oil 이 13.72% 등 4대 정유사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98.5%에 달하는 고집중시장”이라며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담합행위 감시와 진입 장벽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유사들은 정유산업은 산업의 특성상 세계 어느나라에서나 과점구조를 나타낼 수 밖에 없는 산업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하루 6만배럴 정제 규모의 고도화 설비 하나를 짓는데 평균 1조5000억~2조에 가까운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며 “이번에 공사에 들어간 하루 정제 규모 25만배럴 목표의 베트남 최초 정유설비는 총 공사 예상 비용이 25억달러(한화 3조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최대 정유사 SK에너지는  하루 17만배럴의 정제가 가능한 고도화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17만배럴의 정제가 가능한 고도화설비를 갖추려면 5조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결국 국내 업체와 경쟁해 가시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내려면 5조원 정도를 투입할 수 있는 자본력을 갖춘 업체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된다. 
 
즉 진입비용자체가 천문학적 규모여서 신규사업자가 뛰어들기 매우 어렵고 그 결과 지금의 과점구조가 형성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조승연 LIG투자증권 책임연구원은 “일본의 경우 신일본석유를 비롯한 4~5개의 정유사가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고 중국의 경우도 페트로차이나, 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 세개 기업이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며 “정유산업은 세계나라나 과점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이런 정유사들의 주장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비용을 떠나 과점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결코 휘발유값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우혜경 소비자시민모임 팀장은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정부가 유류세를 10% 인하했지만 인하를 시작하자마자 국내 정유업계는 국제 유가 상승폭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국내 유가를 올린 바 있다”며 “결국 과점 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떠한 세제 감면 정책을 써도 정유사가 주도하는 국내 유가 인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진입비용이 높은 정유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정부 차원에서 신규사업희망자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 시장 참여자를 최대로 늘려야 과점도 풀 수 있고 실질적인 휘발유값 인하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토마토 손효주 기자 karmar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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