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SE. 사진/애플
[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애플이 21일(현지시간) 다시 4인치 아이폰을 내놨다. 화면 크기를 줄이면서 가격도 낮춰 보급형 시장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미 프리미엄 시장을 사실상 석권한 터라 중저가 시장마저 접수할 경우 '애플 천하'다. 다만 경쟁사의 보급형 스마트폰보다 다소 높은 가격은 부담이다.
외관은 '아이폰5S' 성능은 '아이폰6S'
아이폰5 시리즈까지 스티브잡스의 철학을 고수하던 애플은 2014년 출시한 아이폰6에서 변화를 시도했다. 4.7인치의 아이폰6와 5.5인치의 아이폰6플러스를 통해 대화면 아이폰을 기다리던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런 애플이 다시 4인치 ‘아이폰SE’를 내놨다. '한 손에 쥐는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믿음에서다. 그렉 조스위악 애플 부사장은 “지난해 4인치 아이폰은 3000만대 팔렸다”며 “일부 소비자들은 여전히 작은 스마트폰을 원한다”고 말했다.
크기를 4인치로 줄이면서 겉모습은 아이폰5S와 유사하지만 성능은 플래그십 모델인 아이폰6s 못지않다. 아이폰SE는 아이폰6S에 탑재된 64비트 A9을 장착했다. 또 모션 보조 프로세서 M9이 A9에 내장돼 더 낮은 전력으로 아이폰에 손을 대지 않아도 음성인식서비스 ‘시리’를 활성화시킬 수 있고, 이동거리 측정 등의 건강관리 기능도 가능하다. 후면 카메라는 1200만 화소로 4K(3840 X 2160) 해상도의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동영상 흔들림 보정이 적용된 타임랩스 등 아이폰6S의 기능을 갖췄다.
하지만 4인치 아이폰이 다시 호응을 얻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시장 흐름은 대화면으로 바뀌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4.5인치 이하의 점유율은 전년 동월 대비 8%포인트 하락한 9%에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5인치 이상의 점유율은 71%로 무려 14%포인트 늘었다. 닐 샤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4.5인치 이하의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나 유의미한 시장 규모는 줄고 있다”며 “대화면을 선호하는 트렌드는 계속 될 것이며, 아이폰SE는 손이 작거나 포켓 사이즈의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춘추전국시대 보급형 시장 재편?…높은 가격 걸림돌
아이폰SE의 가격은 아이폰6S 등 고급형 제품에 비해 저렴하지만 경쟁사의 보급형에 비해서는 다소 비싸다. 16기가바이트(GB) 모델이 399달러(약 46만2000원), 64GB는 499달러(57만8000원)다. 삼성전자가 이달초 출시한 보급형 스마트폰 ‘갤럭시A3’는 슈퍼아몰레드 디스플레이와 1.5기가헤르츠(GHz) 쿼드코어 중앙처리장치(CPU)를 탑재하고 후면 카메라는 1300만 화소에 달하지만 출고가는 35만2000원이다.
LG전자가 보급형 K시리즈 이후 이번주 출시를 앞두고 있는 X시리즈의 ‘X스크린’은 31만9000원이다. 샤오미·화웨이 등 중국 제조사들도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자국시장에 이어 인도 등 신흥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아이폰SE의 보급형 시장 공략이 만만치 않은 이유다.
이영소 한국IDC 연구원은 “고급형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더 이상 중저가 시장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아이폰SE는 글로벌 시장에서 주로 중국 제조사들과 경쟁해야 하지만 다소 높은 가격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이폰SE는 오는 24일부터 미국·영국·일본·중국·호주 등에서 예약판매가 시작되며, 한국은 1차 출시국에서 제외됐다.
한편 애플은 이날 9.7인치의 아이패드 프로 신제품과 아이메시지 보안 결함을 보완한 운영체제(OS) iOS의 최신 버전 9.3도 선보였다. 또 스마트워치 '애플워치'의 최저가격을 349달러에서 299달러로 내렸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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