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규정에 해당하지 않아 난민 인정을 받지 못한 30대 방글라데시인 남성에 대한 우리나라 정부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방글라데시인 C(38)씨가 법무부를 상대로 낸 난민인정불허처분취소 소송에 대한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C씨가 방글라데시에서 반정부활동을 하던 중 도피생활을 했다는 박해의 경험이나 가능성에 관한 진술은 난민 요건을 갖췄다고 인정할 정도로 충분히 구체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중요한 부분에 관한 진술의 누락이 있다"며 "일관성이나 설득력도 없어 그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그것이 궁박한 처지나 불안정한 심리 등에서 비롯됐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또 "원심이 판시하고 있는 바와 같은 C씨가 대한민국 입국 후 방글라데시 정부의 줌마인(Jumma)에 대한 인권탄압을 규탄하는 시위에 몇 차례 참여한 사실만으로는 C씨가 방글라데시 정부의 주목을 받을 만한 반정부활동을 함으로써 향후 방글라데시로 돌아갈 경우 정부의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C씨가 방글라데시에서 반정부단체에서 활동했다고 주장하면서도 정부로부터 특별한 감시나 조사, 체포 등 박해로 볼 만한 불이익한 처우를 당한 적이 없다고 난민신청 과정에서 진술해오다가 1심 재판에서 반정부단체 일원이라는 이유로 체포당한 적이 있다고 진술을 번복한 사실을 판결의 이유로 들었다.
이와 함께 C씨가 반정부활동을 하다가 고문을 받아 사망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반정부단체에 가입하게 됐다고 하면서도 아버지가 구체적으로 어떠한 활동을 하다가 어떤 경위로 사망하였는지 잘 알지 못하는 사실, C씨의 어머니와 형은 방글라데시에서 별다른 박해 없이 정상적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실도 근거로 제시했다.
방글라데시 국적의 C씨는 지난 2007년 9월7일 3개월간 머무를 수 있는 사증 면제(B-1) 체류자격으로 국내에 입국한 후 그해 법무부에 "본국에 돌아가면 특정사회집단의 구성원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난민 신청을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2010년 6월10일 "C씨가 난민협약 제1조와 난민의정서 제1조에서 난민의 요건으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란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C씨가 이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방글라데시 정부 등이 C씨를 정치적으로 탄압하기 위해 허위로 범죄사실을 조작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단지 줌마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박해를 받을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C씨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법무부가 같은 취지에서 한 이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C씨는 방글라데시에서 반정부단체에 속해 활동하다가 정부의 수배를 피해 대한민국에 입국하고, 대한민국에서도 줌마인에 대한 인권탄압 등을 비판하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 때문에 방글라데시로 돌아갈 경우 정부의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로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보인다"며 C씨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법무부는 "난민 인정의 요건이 되는 '박해'는 '생명, 신체 또는 자유에 대한 위협을 비롯해 인간의 본질적 존엄성에 대한 중대한 침해나 차별을 야기하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러한 박해를 받을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가 있음은 난민 인정의 신청을 하는 외국인이 증명해야 한다"며 상고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C씨의 진술과 제출된 자료의 기재 내용을 그대로 믿고 난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난민의 개념, 난민신청인의 진술의 신빙성 판단 기준과 외국 공문서의 진정성립 추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2심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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