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수치심 유발한 편지 출입문 끼운 것은 무죄"
대법, 성폭력처벌법위반 상고심서 원심판결 파기 환송
2016-03-20 09:00:00 2016-03-20 09: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내용의 편지를 상대방의 출입문에 끼워 넣는 행위를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하는 것은 위법이란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통신매체이용음란) 혐의로 기소된 이모(4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월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대구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부는 "기록에 의하면 이씨는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키는 내용의 편지를 직접 피해자의 주거지 출입문에 끼워 넣은 사실을 알 수 있다"며 "그렇다면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해' 편지를 피해자에게 도달하게 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이씨의 행위를 성폭력처벌법 제13조에 의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지난 2013년 11월26일부터 12월16일까지 경북 문경시 한 원룸에 사는 A(48·여)씨의 출입문에 총 6차례에 걸쳐 여성의 성기를 뜻하는 글이 쓰여있거나 여성의 성기 모양이 그려진 편지를 끼워 넣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이씨의 혐의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제13조 등에 해당한다며 징역 1년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라고 판결했다.
 
이씨의 항소에 대해 2심 재판부는 "이씨가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1994년 이후로 실형 전과는 없는 점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면 원심이 선고한 형은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징역 6월에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전화, 우편, 컴퓨터나 그 밖에 일반적인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은 채 '직접' 상대방에게 말, 글, 물건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해 성폭력처벌법 제13조의 규정으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법문의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으로서 실정법 이상으로 그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2심판결을 뒤집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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