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부가 핀테크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비롯한 제도적 지원에 나섰지만, 여전히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핀테크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의 핀테크 이해도가 떨어지는 탓에 정보 관련 법안과 성장단계별 지원책 마련이 지연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핀테크 업체의 성장 단계에 따른 '단계별 지원책'은 빨라야 다음 달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당초 핀테크 성장단계별 지원책은 지난주에 열린 '핀테크 지원센터 1주년' 행사 때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발표일이 뒤로 밀린 것이다.
손정환 핀테크지원센터 팀장은 "성장 단계별 지원안은 컨설팅을 받은 후 다음 달에 결과가 나오면 구체적인 방안을 공개할 것"이라며 "핀테크 기업상장(IPO) 업무는 거래소와, 창업과 재창업은 중소기업청과 연계한다는 계획만 나와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월31일 오전 경기 성남시 핀테크 지원센터에서 열린 개소 1주년 기념행사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축하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식별정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작업도 늦어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8월까지 비식별화된 개인신용정보를 금융회사나 핀테크 업체가 상품개발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령을 개정하는 한편, 이전에 비식별 정보를 활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정해주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이 가이드라인은 7~8월 사이에 나올 예정이라, 법 개정 이전의 공백상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비식별화 활용 방식을 설명하는 가이드라인은 금융보안원과 방향을 논의하는 등 실무작업을 거친 후 7~ 8월쯤 발표가 될 것"이라며 "법 개정은 대략 7~8월쯤으로 예상하고 있는 데, 시행령이 아닌 법으로 만들게 되면 시간이 좀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핀테크 업체들은 사업 초기 단계를 벗어나 성장 단계에 접어들었는데, 관련 지원책이 제때 수립되지 않고 있다며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핀테크 업계 전문가들은 핀테크 기술에 대한 당국의 이해도가 떨어져 필요한 지원책 마련이 미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정부 인사들이 핀테크 관련 세미나를 지속해서 열고 있지만, 여전히 블록체인이나 외화이체업, 오티피(OTP) 인증 등 최첨단 기술에 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증서비스 업체 한 관계자는 "다양한 인증 기술을 개발하려고 장려하던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해 규제하려는 경우가 있다"며 "기관 각 부처별로 자기일만 하다보니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기술적인 부분에서 정부나 준정부 기관이 주도하는 것보다 실제 그 기술을 개발한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외진출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도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가 방문 국가를 늘리는 방식 외에도 해외 기업과, 정부, 소비자를 이어주는 실질적인 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핀테크 업체 관계자는 "아시아 시장은 로보어드바이저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손에 꼽을 정도로 무주공산인 상황"라며 "정부가 해외 시장에서 다리역할을 해줘야 국내 핀테크의 성장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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