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할수도, 안할수도 없어"…건설사 부진에 속 타는 지주사
계열 건설사 자금지원 계속되며 대기업 재무리스크 발생
2016-04-07 16:55:08 2016-04-07 16:55:34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불황으로 실적 부진에 시달리는 대기업 건설사들 때문에 계열사들까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건설사에 대한 지원 규모가 커지면서 생긴 걱정이다. 그룹사 입장에서는 업황이 좋을 때 회사 성장에 도움이 컸던 건설사를 외면할 수 없어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지만 불투명한 시장 전망에 불안감을 떨칠 수는 없다.
 
지난 6일 한화(000880)는 보유 중이던 한화생명(088350) 주식 3058만여주를 한화건설에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한화는 같은 날 한화건설이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 2000억원어치(70만1800주)를 사들였다. RCPS는 채권처럼 만기때 상환 받거나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우선주다.
 
한화건설 지분 100%를 보유한 한화가 한화건설에 한화생명 주식 2000억원어치를 팔고 그 대금으로 한화건설 주식을 사준 셈이다. 한화건설은 이번 거래로 자기자본이 2000억원 늘어나는 증자 효과를 보게 됐다. 부채비율도 현재 300%대에서 200% 중반으로 떨어지게 된다.
 
한화 관계자는 "한화건설의 재무안전성을 위해 추후 담보로 쓸 수 있는 한화생명 주식을 선제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라며 "해외건설시장에서 부채비율이 300%를 넘기면 수주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실제 한화건설은 최근 이라크 신도시 개발 등 해외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냈지만,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이라크 정부의 재정이 악화되면서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매출액(2조9763억원)과 유동비율(102%)이 각각 10%, 10%p 줄었으며, 영업손실과 순손실은 적자 폭이 확대되는 등 부진을 겪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건설 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지원이 그룹 전체에 재무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두산그룹의 경우 건설 계열사에 대한 지원으로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한 대표적 사례다. 한국기업평가(034950)는 지난달 두산(000150)과 계열사 두산중공업(034020), 두산인프라코어(042670), 두산건설(011160) 등 4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그룹의 재무안전성 저하와 일부 계열사의 수익구조, 유동성 대응능력 약화에 따른 부담요인이 조정의 원인이었다. 지난 18일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들 4개사에 두산엔진(082740)까지 더해 5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시켰다.
 
앞서 2013년 두산건설은 4000억원 규모의 RCPS를 발행한 바 있다. 주가가 RCPS 발행가 이하로 하락할 경우 두산중공업이 손실 보전 의무를 갖는 구조였다. 문제는 지속적인 건설경기 악화에 두산건설이 자체 상환할 여력이 안 됐던 것이다. 때문에 두산중공업에 부담이 고스란히 전가됐다.
 
전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52%, 16.88% 줄어든 한라(014790) 역시 마찬가지다. 2013년 자금난 당시 계열사인 만도(204320)로부터 대규모 지원을 받은데 이어 최근에는 그룹 지주사인 한라홀딩스(060980)가 자회사 한라제주개발을 설립해 제주 세인트포 골프장 등 개발사업에 1300억원을 투입키로 하면서 뒷말이 있었다.
 
앞서 한라그룹은 계열사간 재무리스크 전이를 차단하고자 만도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해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여전히 부실 계열사에 대한 그룹사의 지원과 관련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그룹에 투자한 사람들은 우량 계열사의 자금이 흘러들어가다 보니 부실한 계열사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잘라낼 부분은 잘라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그룹 입장에서도 부당지원이란 비난과 재무적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그렇다고 내려놓을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건설사들의 실적 부진이 그룹 지주사는 물론, 계열사들에게 재무리스크가 전가되고 있다. 사진은 한화건설이 시공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주택 건설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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