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서울 관악구에 사는 김진석(36)씨는 요즘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와 관련해 후보자로부터 발송되는 문자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신이 사는 지역구에 해당하는 관악을 후보자가 보낸 문자는 투표를 위한 정보로서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서대문구, 성북구 등 서울의 다른 지역이나 심지어는 김포시, 화성시 등 경기지역에서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문자를 보내고 있다.
김씨는 그동안 대리운전업체, 보험회사 등에서 이른바 ‘스팸문자’를 받은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개인정보가 일부 후보자의 선거사무실로 흘러들어 갔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등 개인정보를 부당하게 얻어 활용하는 범죄를 집중적으로 단속하고 있는 검찰 등 사법기관에서는 이와 비슷한 상황을 인지하고, 총선 후 수사에 대비하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선거운동 관련 문자도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취득 한 상황에 해당할 수 있으므로 총선 이후 당선자 등을 상 대로 한 고소·고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검찰청 조사에 따르면, 20대 총선을 8일 앞둔 지난 5일까지 전국 검찰청에서 후보자 13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이 중 125명을 수사 중이다. 입건된 133명은 전체 후보자 944명의 14%에 해당하는 수치다. 특히 흑색선전이 61명(45.9%)으로 가장 많았다. SNS 등 인터넷 활용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비해 금품 선거 사범은 30명(22.6%), 여론조작은 9명(6.7%)으로 집계 됐다. 지난 4일까지 전국에서 적발된 전체 선거사범은 958 명이다. 19대 총선에서는 선거일까지 1096명의 선거사범 이 적발됐고, 공소시효 6개월이 완성될 때까지 모두 2545 명이 입건됐다. 총선이 끝난 후에는 더 많은 선거사범이 입건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선거라는 ‘틈새시장’을 겨냥한 로펌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대형로펌인 법무법인 바른(대표 변호사 문성우·김재호)은 지난 5일 총선 관련 법률 서비스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4.13 총선대응팀’을 출범시켰다. 팀장을 맡은 한명관 변호사는 서울동부지검장 출신으로, 18대와 19대 총선 당시 각각 광주지검과 수원지검에서 선거 사건을 담당했다. 검사로 재직할 당시 선거사범 수사를 맡았던 김용철·유재영 변호사와 판사 재직 시 선거전담 재판장 또는 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한 강상덕·이응세·노만경·백웅철 변호사도 총선대응팀에 참여했다.
대형로펌 중에는 법무법인 지평(대표 변호사 이공현·양 영태)도 전담팀을 두고 있다. 바른처럼 이번 총선을 겨냥해서 대응팀을 만든 것은 아니지만 선거법팀을 2014년부터 상설 운영해오고 있다. 전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 출신의 강성국 변호사를 팀장으로, 선거관리위원회와 국회 정책보좌관 출신 등 전문가 12명이 포진해 있다.
바른은 2013년 이후 총선과 지방선거, 조합장 선거에서 무죄 7건과 당선유지 5건 등 승소 기록을, 지평은 선거과정 법규 준수 지원과 이후 쟁송에 강하다는 점 등을 각각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외의 중·대형 로펌들도 특별팀을 따로 운영하지는 않고 있지만 형사팀에서 전문가들을 영입해 사건에 대응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대표 변호사 윤재윤)은 윤재윤 대표 변호사가 선거 사건 전문가다. 춘천지법원장 재직시 강원도 선거관리위원장을 역임했으며, 부산고법 등에서 선거전담 재판부 재판장으로 근무했다. 윤 대표 외에 변희찬·조용준·이병한·이병창 변호사 등 다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다.
법무법인 광장도 서울고법 선거전담 형사재판 부장판사를 역임한 김용섭 변호사와 송찬엽 전 서울동부지검장 등 중견 전문가들이 선거관련 사건을 맡고 있다. 정영훈 변호사(전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박재현 변호사(전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마옥현 변호사(전 대법원 재판연구관), 배재덕 변호사(대검 형사1과장) 등도 손꼽히는 전문가들이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류성걸(대구 동갑) 후보가 9일 오후 대구 동구 자신의 선거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정종섭(대구 동갑) 후보 측이 명의를 도용해 보냈다는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고발 방침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신지하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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