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정운기자] 앞으로 연매출 3억원 미만인 영세가맹점들이 카드결제 손님을 받으려면 카드 단말기를 따로 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카드 가맹점들은 밴(VAN) 대리점을 통해 카드 결제 승인과 전산망 관리를 받으며 카드 단말기를 무상으로 지원 받아왔다.
그러나 3억원 미만 일반 및 영세가맹점들의 카드수수료율 인하와 카드사들의 밴 수수료(밴피) 정률제 시행으로 밴대리점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단말기 무상 공급이 어려워진 것이다.
20일 밴 대리점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가맹점수수료 인하와 건수 당 일정금액의 밴피를 지급하던 정액제를 결제금액의 10% 비율로 지급하는 정률제로 전환되면서 단말기를 무상공급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1월 말부터 가맹점의 매출액 규모에 따라 수수료율을 대폭 낮췄다.
연 매출액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수수료율은 1.5%에서 0.8%로, 연 매출 2억~3억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각각 0.7%포인트씩 인하했다.
여기에 건수로 받던 밴 수수료를 정률제로 받게 되면서 수익은 더 줄어들고 있다.
예를 들어 연 매출 2억원 이하 영세가맹점의 객단가 3만원 기준 밴피를 계산할 경우 0.8%의 카드수수료율에서 240원의 카드수수료가 발생한다. 240원의 카드수수료 가운데 10%의 정률제를 도입해 밴대리점이 받는 밴피는 24원으로 기존 정액제를 통해 받던 66원에서 60%이상 감소했다.
밴 대리점 업계 관계자는 "영세가맹점의 경우 기존 건당 66원씩 받던 수수료가 정률제와 우대수수료에 따라 24원으로 줄어들게 되면서 운영이 어려워지자 대리점들은 무상으로 공급하던 단말기를 유료화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밴 대리점 업계는 밴 수수료 인하와 체계 변화 등으로 수익성 악화가 되고 있어 무상으로 지급하던 단말기 공급도 부담이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밴대리점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해서 밴 대리점들이 기존에 가맹점들을 관리하던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라며 "카드 수수료율 변화에 맞게 밴 수수료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밴 대리점들이 가맹점 관리 차원에서 무상으로 공급했던 단말기에 대해 비용을 청구할 수밖에 없는 시장논리에 따라 변화되고 있는 것"이라며 "밴 대리점들이 경영악화에 따라 가맹점 관리를 위해 지불했던 25만원에서 30만원 선의 단말기 구입비용을 판매수익으로 전환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카드업계는 밴 수수료 체계를 바꿔야한다는 밴 대리점 업계의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별로 계약된 밴사들과의 협의에 따라 정액제, 정률제, 구간정액제 등 다양한 수수료 지급 방식을 운영 중이지만 최근 소액결제 증가에 따라 정률제를 시행하는 카드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결제금액에 따라 책정된 비율로 지급하는 정률제 시행이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밴 수수료를 줄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밴 대리점 업계가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며 영세가맹점에 단말기를 유상공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밴대리점 협회)의 모습. 사진/이정운 기자
이정운 기자 jw89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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