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7월 한여름 쌍용차 평택공장은 그야말로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폐허가 돼 있었다.
정문에는 컨테이너가 쌓여 거대한 산성을 이뤘고, 철벽 방어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곳곳에 있던 타이어에 불이 붙어 검은 연기가 온통 하늘을 뒤덮었다.
전기와 물이 끊긴 공장 안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 오전에 만들어 놓은 주먹밥은 이미 상해 역한 냄새가 진동했고, 얇고 긴 공업용 돗자리가 깔려던 복도는 노조원들의 잠자리였다.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는 빈 소주병은 긴 싸움으로 지친 그들의 심신 상태를 설명하듯 처량하게 놓여 있었다. 그곳에는 실낱 같은 꿈도 희망도 없어 보였다.
사진/쌍용차
그리고 지난 20일. 7년 만에 다시 찾은 쌍용차(003620) 평택공장은 활기가 넘쳤다.
지난 2009년 1월 기업회생절차, 2011년 3월 기업회생 종결 및 마힌드라에 매각 등을 거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지난해 소형 SUV ‘티볼리’가 큰 인기를 얻으면서 생산공장은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쌍용차 티볼리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1만5000대를 판매하면서 월간 최대실적을 갈아 치운 바 있다.
내수판매도 지난 2003년 12월(1만1487대) 이후 12년만에 월간 판매 1만1000대를 돌파하면서 명가재건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티볼리 등 3개 차종이 생산되는 조립1라인은 쏟아지는 주문량에 1교대에서 주야2교대로 전환해 생산능력을 확충했다. 현재 공장 가동률 역시 83%까지 끌어 올리면서 지난해 8만7979대(2교대)를 생산했다.
올해 1월에는 티볼리 생산확대를 위해 조립2라인에서도 병행생산에 들어갔다.
쌍용차는 올해 초 발표한 ‘티볼리 에어’가 좋은 반응을 보이면서 기존 8만5000대의 판매 목표를 9만5000대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001년 입사해 15년간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한 직원은 “제한적인 차종, 부진한 실적으로 공장 분위기도 침체돼 있었지만, 티볼리 브랜드를 통해 이전에 없던 활력이 생기기 시작했다”면서 “모두가 열정과 혼을 불어 넣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원 역시 “티볼리가 많이 팔려 월요일부터 토요일(주간)까지 일을 해도 피곤하지 않고 행복하다”면서 “늦은 감은 있지만, 함께 하지 못한 직원들이 복귀해 일할 수 있도록 우리 자동차가 많이 팔려야 하고, 그게 우리의 역할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봄기운처럼 퍼진 활기는 쌍용차 임직원에게도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앞장서 원가절감 아이디어를 내놓는 등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함께 주인의식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쌍용차 임직원은 지난 2011년 이후 4만여건의 원가절감 개선활동을 통해 133억원의 비용을 아꼈다. 또 현장개선 전문가 769명은 노사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다.
쌍용차는 티볼리에 이어 매년 1개 이상의 신차 출시를 통해 향후 3~4년 안에 공장 가동률을 100% 수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우선 내년 상반기 렉스턴 후속으로 알려진 대형 SUV ‘Y400’(프로젝트명)이 선보인다. 2018년 프리미엄 픽업 트럭 ‘Q200’, 2019년 코란도 후속 ‘C300’ 등이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쌍용차는 티볼리와 티볼리 에어가 시장에서 큰 성공을 이루면서 후속 모델의 발표 시점도 앞당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쌍용차
송승기 쌍용차 생산본부장 상무는 “티볼리의 성공적인 론칭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쌍용차를 다시금 부각시키는 계기가 됐다”면서 “대외신인도 회복과 이미지 제고는 물론 경영 정상화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희망퇴직자 12명, 해고자 12명, 신규 채용 16명 등 총 40명을 채용됐다”면서 “이들은 조립, 물류 등 다양한 직무에 편성되어 근무하고 있으며, 현장에 새로움과 활력을 불어 넣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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