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에서 적어도 연말까지는 전당대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이른바 '전대 연기론’이 나란히 제기되고 있다. 당내 권력투쟁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모습을 다시 보여주면 안 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더민주의 경우 문재인 전 대표가 '대표 합의추대는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김종인 대표 추대론’은 사실상 힘을 잃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당내에서는 ‘김종인 역할론’에 무게를 두는 의견이 적지 않다. 더민주의 한 당직자는 24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김종인 대표가) 기본적으로 당을 안정적으로 운영했고, 결과적으로 총선에서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며 “당내에서는 김 대표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다는데 동의하는 의견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당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김진표 당선자가 ‘전대 연기론’을 주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김 당선자는 통화에서 “지금은 당을 쇄신하고, 당의 체질을 바꾸고, 정체성을 다져야 할 때인데 자꾸 전대에 누가 나오고, 누구를 추대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당을 분열로 몰아 넣어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김종인 대표도 일정 기간 동안 당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보여줄 수 있도록 시간을 좀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진표 당선자 외에도 더민주 내부에서는 “전대 연기론이 나오는 바탕에는 김 대표에 대한 좋은 평가가 전제되어 있다"는 말과, “총선 승리 후 좋은 분위기를 길게 가져가려면 전대를 늦추는 게 낫다”, “총선에서 분출된 국민들의 민생살리기 요구에 빨리 부응하는 차원에서 전대를 연기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이 나온다.
다만 당 대표 선거에 나설 후보군이 전대 연기 불가론을 주장할 경우 딱히 제동을 걸 명분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이석현 국회 부의장은 “대표 선거에 나오겠다고 하는 의원들이 많다"라며 “이들을 눌러서 몇 달 놔둬봤자 현실적으로 경쟁 기간만 길어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에서도 전대를 연기하고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현 체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차기 당권을 둘러싼 논란이 정리되어 가고 있다.
이상돈 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통화에서 “전대를 물리적으로 8월에 할 수가 없다. 연말로 연기해야 한다”며 “천정배 공동대표를 포함해 다른 당권 후보들도 다들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더민주와 국민의당은 당내 권력투쟁으로 에너지를 소진하는 모습을 다시 보여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공히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양당의 ‘전대 연기론’ 주장은 전대를 통해 불거질 수 있는 당 내분을 피하고 당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지난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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