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대기업 지정 기준 상향 검토
지난 2008년 5조원 상향 후 8년만…경제·사회적 파급 커 신중히 판단
2016-05-01 14:21:36 2016-05-01 14:22:07
[세종=뉴스토마토 임은석기자]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5조원인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 지정 기준이 상향된다면 지난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간담회에서 "대기업 지정제도는 반드시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된다"고 언급하면서 제도 개선 논의가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공정위는 그동안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상향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는 입장을 지켜왔다.
 
대기업지정 기준과 관련해 기업, 관련 정부 부처 등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사안인 만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대기업 봐주기 논란'이 일어나는 것을 의식하는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된 카카오(자산 5조1000억원)와 자산규모가 70배나 큰 삼성그룹(자산 348조원)이 동일한 규제를 적용받는 것에 대해 부당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채무보증이 금지되며 소속 금융·보험사가 갖고 있는 계열사 주식 의결권이 제한되는 등 기업 운영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현재 5조원인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상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 지정 기준이 상향된다면 지난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사진/뉴시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과 관련해 올해 카카오 등 신규 진입 기업과 기존 기업에 대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 만큼 현실에 맞게 개선할 예정"이라며 "이해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합리적인 방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일단 자산 기준을 5조원에서 7조∼10조원 등으로 올리는 방법과 자산총액 상위 30대 혹은 20대 그룹 등으로 순위를 끊어서 지정하는 방법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검토 중이다.
 
정보통신기술(ICT)·바이오 등 신산업 특성을 고려해 규제에 차등을 두는 방안도 제기되고 있다.
 
자산 기준만 상향하는 것이면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만으로도 제도를 바꿀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 2008년 4월에도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올렸다.
 
당시 기준 상향으로 2008년 79개였던 규제 대상이 2009년 48개로 줄어들었다.
 
지정 기준 변경 이후 8년이 흐르면서 규제 대상은 다시 65개까지 늘어난 상태다.
 
규제 대상을 1993∼2001년처럼 '자산순위 기준 30대 기업' 식으로 바꾸거나 다른 방식을 도입하게 되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이 경우 국회 논의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다.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변경은 단순히 공정위와 기업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현재 공정위의 대기업집단 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규제는 각 부처에서 60여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금융·조세·중소기업 등의 분야 뿐 만 아니라 노동이나 농림 분야와 관련해서도 공정위의 기준을 차용하고 있는 법령이 적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 기준을 준용하고 있는 규제가 60여 개나 되고 각 부처가 규제를 도입한 배경이나 이유가 있는 만큼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기준을 상향조정하기는 어렵다"며 "여러 부처와 기업, 이해관계자들과의 논의를 진행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가능한 대안들을 충분히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임은석 기자 fedor0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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