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혜 사회부 기자
소문으로만 떠돌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현대판 음서제'가 사실로 확인됐다. 교육부가 전국 25개 로스쿨의 최근 3년간 입학전형 실태 조사를 밝힌 결과 24명이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의 신상을 기재했다. 이 중 8명은 신상을 적지 말라는 로스쿨의 신입생 전형요강을 무시하고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하지만 교육부는 별도의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정성평가의 특성상 자기소개서에 부모 직업을 기재한 것만으로는 합격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비위사실이 확인된 13개 로스쿨에도 경고나 주의 조치 수준의 '솜방망이 조치'만 내렸다. 이러한 교육부의 태도 때문에 오히려 로스쿨에 대한 의혹과 불신만 커지고 있다. 현재 고입이나 대입에선 자기소개서에 '부모 스펙' 기재를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대와 연세대 등 상위권 로스쿨 입학전형 요강에는 이러한 사항이 명시돼 있지 않다.
교육부는 로스쿨 입시 실태 전수조사부터 지금까지 수동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도 지난해 말 사법시험 존치논란과 로스쿨 부정입학 시비가 일어나면서 마지못해 취해진 조치다. 이른바 로스쿨 선발과정의 '금수저 논란'이 불거지자 뒤늦게 조사에 착수한 셈이다.
교육부는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두고도 늑장을 부렸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된 전수조사는 지난 3월 진작에 끝났다. 그러나 교육부는 두 달간이나 발표를 미뤘다. 그 과정에서 사회지도층 자녀들의 입학비율이 높다는 이야기가 떠돌기도 했다. 심지어 교육부가 로스쿨을 감싸기 위해 결과 발표 내용의 수위를 조정하고 있다는 소문도 돌았다. 불공정 입학 의혹을 받은 이름과 직업 등 교육부가 자세한 신상은 공개하지 않을 것이란 예측이었다.
예상은 현실로 나타났다. 이번 발표에서 부정입학자 8명의 이름 등 신상은 끝내 공개되지 않았다. 2009년부터 2013년도까지의 입학 과정은 아예 전수 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태 축소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에 교육부는 논리적으로 대응할 수 없어 보인다.
교육부는 이번 로스쿨 사태에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로스쿨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관리 소홀은 교육부에 있다는 것을 스스로 각성하고 부정의혹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나서야 한다. 재조사는 이번 전수조사 대상에서 제외됐던 로스쿨 1기부터 5기까지 포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를 국민 앞에 낱낱이 공개하고 부정행위가 확인되는 당사자와 학교에 대해서는 엄정 조치해야 한다. 그래야 무너진 신뢰를 다시 되찾을 수 있다.
윤다혜 기자 snazzy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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