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핀테크 공동 플랫폼 헛발질 우려…범용성 확보 불투명
기술표준 맞추기 어려워…1년안에 성과내려 무리한 계획 잡아
2016-05-09 15:25:38 2016-05-09 15:25:38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융위원회가 오는 6월까지 금융권 공동의 핀테크 오픈플랫폼(API)을 구축해도, 당초에 목표로 한 범용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각 금융 회사 마다 기술 수준과 시스템이 달라 하나의 기술표준을 만들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행권과 증권업계를 아우르는 범금융권 핀테크 플랫폼은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세계 최초로 금융권 공동의 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던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발언이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는 오는 7월 출범할 예정인 핀테크 공동 플랫폼에서 출금이체, 계좌실명조회, 입금이체, 잔액조회, 거래내역조회 등 표준화된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5개를 제공할 예정이다. 
 
핀테크 업체가 이 표준화 API를 가져다 쓰면 주요 16개 은행과 일일이 계약을 맺어야 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된다. 표준화 API 하나로 모든 주요 은행과 연동되는 금융 서비스를 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2016년 금융정책 수요자 간담
회에서 금융개혁의 핵심으로 핀테크를 꼽으며 "올해는 빅데이터 활성화, 오픈 플랫폼(API) 구축 등을 통해 혁신적 핀테크 서비스의 지속적 출현을 유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그러나 문제는 핀테크 공동 플랫폼이 제공하는 표준화 API가 5개 뿐이라는 점이다. 우선 은행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본적인 API를 공개하겠다는 것인데 외화송금, 선불결제, 가상계좌, 신용카드 승인의 경우 표준 API가 제공되지 않아, 핀테크 업체들은 이전처럼 개별 은행과 일일이 협의해야 한다. 농협은행이 지난해 공개한 API만 해도 53개다.   
 
이와 관련해 금융위 전자금융과 관계자는 "표준에 대한 이야기는 좀 더 진행되야 한다"며 "외부에서 연결하기 쉽도록 표준 API를 만드는 건데, 은행마다 API가 다 달라서 각 은행들마다 시스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과 증권업계를 잇는 범금융 통합 핀테크 플랫폼이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 또한 문제로 지목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권과 은행 통합도 검토 중"이라며 "오는 7월부터 업권별 핀테크 플랫폼을 운영해 본 후 하반기에 의견 수렴해서 업권간 통합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금융위가 세계 최초란 타이틀을 얻기 위해 플랫폼 구축을 졸속으로 하다 보니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사업을 1년 만에 매듭지려 한 금융위의 조급함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금융위는 핀테크지원센터 제3차 데모데이에서 세계 최초로 금융권 공동 핀테크 오픈 플랫폼을 2016년 상반기 까지 구축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핀테크 선진국인 영국이 지난 2015년 초에 핀테크 공동 플랫폼 사업을 발표하고 3년에 걸쳐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 공동 플랫폼 사업은 우리나라 뿐아니라 다른 선진국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라며 "금융회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준비 시간을 고려하면 구축 기간 1년은 너무 짧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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