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통 아이콘 된 금융위)성과주의 강제 이식…혼돈에 빠진 금융권
구조조정 등 특수업무 무시…애매모호 평가기준 신뢰 못 줘
사측, 노조 배제한채 일방적 성과제 도입…"소모적 논쟁 우려"
2016-05-25 06:00:00 2016-05-25 09:07:5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부의 강압적인 성과주의 드라이브에 금융권이 혼돈에 휩싸였다. 금융 공기업 직원들의 공감대를 배제한 채 정부와 사용자 측의 주도로 성과연봉제도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이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이렇게라도 해야 금융 공기업에 만연한 비효율성을 극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금융권 현장에선 평가 기준과 방식에 대해 의구심을 품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제시한 성과주의 권고안을 놓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해당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권 안에 있는 금융 공기업 직원들의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좋든 싫든 성과연봉제를 대폭 확대하지 않으면 임금이 깎기는 불이익을 당하거나 '복지부동'한 직원으로 낙인 찍힐 것이란 이유에서다. 금융 공기업이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리면서 하는 일도 없으면서 연봉만 많이 챙겨가 국민의 혈세를 축내고 있다는 일부 사회적 분위기도 부담이다.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금융위는 성과연봉제를 무조건 확대해야 한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성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토로했다.
 
금융 공기업 직원들은 이처럼 성과연봉제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면서. 금융위가 제시한 성과주의 권고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반쪽짜리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가령, 구조조정 같은 업무는 개인이 아닌 팀 단위로 진행되는 데 이런 특성을 무시한 채 개인별 평가를 시행하거나 평가의 기준이 '고객 만족'과 같은 모호한 것이라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기관장들을 압박해서라도 빨리 성과를 얻으려는 강압적인 태도에도 반발하고 있다. 엄연히 전국 단위의 금융노조와 기업 내 노조가 있음에도 이를 배제한채 직원 개개인의 동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채택한 사측의 접근법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까지 산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기업은행이 이런 방식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들 공기업측은 성과연봉제에 관한 개인의 의견을 반영한 후 제도 도입을 결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각 기관의 노동조합은 노사 합의없는 취업규칙 변경은 불법에 해당한다며 맞서고 있다. 문제는 법원이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데까지 불필요한 소모전을 치뤄야 한다는 점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캠코, 산업은행은 똑같은 방식으로 성과연봉제를 확대했다"며 "연봉을 일괄적으로 삭감하는 게 아니라 차등을 두는 거라서, 취업규칙 수정에 따른 불법으로 해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법리적인 해석 싸움으로 가는건 데 잊혀질 때까지 소모적인 싸움이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시중 은행들은 불편한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금융위가 성과주의 확대의 타깃으로 시중은행을 지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중 은행마다 성과제 도입 수준이 달라 차이는 있겠지만, (정부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라며 "조만간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성과연봉제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24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에서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현장조사를 나온 더불어민주당 진상조사단을 만난 이동걸 회장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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