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 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분열을 극복하는 일이야 말로 우리에게 맡겨진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메시지가 낭독되는 한편으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등 국민의당 관계자들은 야유를 받으며 우산으로 가린채 행사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7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야권 통합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볼 수 있었다.
경찰 추산 40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추도식에서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우리는 반목할 이유가 없다. 반목한다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을 잇는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제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통합입니다’는 제목의 추도사에서 김 의장은 “지난 총선을 통해 이러한 분열구도가 약간은 무너지는 것 같다”며 “새로운 희망의 싹을 살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행사 중간중간에는 두 전직 대통령의 생전 발언이 들어간 영상이 상영되며 더민주와 국민의당으로 양분된 야권의 단합을 촉구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해찬 의원은 인사말에서 “추도식 콘셉트를 (두 전직 대통령이 강조해온) ‘깨어있는 시민, 행동하는 양심’으로 잡았다”고 소개했다.
행사는 전반적으로 엄숙하고 차분하게 진행됐다. 지난해 추도식에서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에게 “권력으로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국가 기밀문서를 언론에 흘리고 나타나시니 진정 대인배의 풍모를 뵙는 것 같다”며 직격탄을 날렸던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참여 인사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짧게 전하고 단상을 내려갔다.
그러나 행사장 밖에서는 국민의당 참석자들을 향해 일부 시민들이 욕설과 야유를 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도 연출됐다. 한 시민은 ‘호남에서 지역주의 선동하는 안철수 물러가라’는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기도 했다.
추도식 후 참배 시간에 더민주의 문재인 전 대표는 권양숙 여사, 이해찬·도종환 의원, 김경수 당선자, 정영애 노무현재단 이사와 1시간 넘게 참배객들을 맞기도 했다. 문 전 대표는 “두 전직 대통령이 평생 몸바쳐 노력한 지역구도 타파 노력이 이번 선거에서 우리 당의 전국정당화로 나타났다”며 “노 전 대통령 영전에 바친 가장 뜻 깊은 선물”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가 ‘대선에서 구원투수로 나올 수 있다’는 말을 한데 대해서는 “오늘은 정치적 질문을 받을 생각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안 지사도 “오늘은 인터뷰를 하지 않겠다”며 손사래를 치고 추도식장을 빠져나갔다.
추도식에 참석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홍걸씨,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 부인 권양숙 여사, 김원기 전 국회의장(왼쪽부터)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김해 =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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