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경유값 인상 아닌 미세먼지 근본책 마련해야
2016-05-30 14:30:47 2016-05-30 14:36:30
[뉴스토마토 임은석기자]국내 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나쁨 수준을 보이고 있다. 미세먼지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미세먼지는 국민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중차대한 문제로 국가적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책으로 경유값 인상 카드를 빼들었다.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고 보고 100대 85 수준인 휘발유와 경유의 상대가격 수준을 95대 90으로 올리자는 것이다.
 
환경부는 경유값을 올리면 자동차 미세먼지의 70%를 차지하는 경유차의 운행을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순히 경유차 운행을 줄이겠다는 측면에서 본다면 맞을 수 있다.
 
하지만 무턱대고 경유값을 올린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최대 원인인 중국발 미세먼지 대책이 세워지지 않은 상황에서 덜컥 경유값을 올리면 물류비용 상승과 소비자 물가 상승만 가져올 수 있다.
 
특히 정부가 주는 보조금 혜택 때문에 경유차를 구매한 운전자는 물론이고 생계를 위해 버스와 트럭 등의 경유차를 운행하는 서민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경유를 사용하는 업체들이 많다. 이 때문에 경유값 인상이 생산성 저하 등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부처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지난 25일 예정됐던 국무조정실 주재 관계부처 차관회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부처 간 의견 차이를 사전에 조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에너지세제는 사회적으로 합의를 신중하게 거쳐야 한다며 환경부의 일방적인 경유가격 인상 방안에 반발하고 있고, 산업부도 특정 영역에 대한 규제는 통상마찰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처럼 환경부가 내세운 경유가격 인상안은 서민가계와 산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논의에 앞서 노후경유차량 검사와 질소산화물 등 매연 저감장치 설치 비용지원 및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산업시설의 오염물질 배출을 차단하는 등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부처 간에 벌어진 의견 차이를 좁히기 위해 일처리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서로 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임은석 경제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