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가 개봉 후 연일 박스오피스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청소년관람불가(청불) 등급 영화 최단 속도로 22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세를 과시 중이다. 그런 가운데 '아가씨'가 박 감독의 최대 흥행작인 '공동경비구역JSA'가 세운 583만 관객의 기록을 넘어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영화의 미장센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 박 감독은 대중성 있는 영화보다는 주로 인간 내면의 깊은 본능을 그린 예술성 높은 영화를 만들어왔다. '올드보이'나 '복수는 나의 것', '친절한 금자씨' 역시 연기와 연출적인 면에서 호평은 받았지만 흥행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박상연 작가의 소설 'DMZ'를 영화화한 '공동경비구역 JSA'가 최대 흥행작이다. 하지만 이번 '아가씨'만큼은 박 감독이 "내 영화 중 가장 상업적인 작품"이라고 밝힐 만큼 이해하기 쉽고 명쾌한 내용의 영화다. 관객들은 박 감독의 의도에 화답하듯 줄을 이어 극장을 찾고 있다.
영화 '아가씨'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국 소설 작가 사라 워터스의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한 '아가씨'는 8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2시간 20여분의 런닝타임 안에 녹여낸 작품이다. 불필요한 내용을 삭제했을 뿐 아니라 원작과는 정반대의 결말로 완성됐다. 인물 내면의 이야기보다 전체적 흐름에 더 초점을 맞춘 이 영화는 나이가 많은 관객이 이해하는 데도 어렵지 않다.
아울러 두 여성의 사랑으로부터 나온 행위에 대한 묘사가 있음이 알려지면서 호기심도 자극하고 있다. 제작단계부터 동성애를 다룰 뿐 아니라 수위도 센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실제로 '아가씨'에 출연한 김민희와 김태리는 그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아름다운 베드신을 표현했다. 인물 간의 감정선을 드러내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인 베드신은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도 자극하고 있다. 또한 후반부 당시 시대상을 드러내는 귀족들의 낭독회는 이 영화만이 갖고 있는 매력이다. 베드신보다도 더 파격적인 낭독회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박 감독 특유의 미장센과 배우들의 연기력 역시 훌륭하다는 평가다. 일제강점기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한 '아가씨'의 주요 배경인 저택은 한국과 일본, 서양의 건축이 한데 모여있는 공간으로 묘한 매력이 있다. 박 감독은 서재를 비롯해 독특하고 오묘한 내부 공간을 최대한 살리는 연출로 아름다운 영상미를 선보인다. 타이틀롤 김민희를 비롯해 하정우, 조진웅, 김해숙, 문소리는 물론 신예인 김태리와 아역 조은형마저도 안정적인 연기를 펼친다. 배우들의 흠 잡을 데 없는 연기 역시 '아가씨'의 장점 중 하나다.
첫 연휴가 끝난 뒤의 반응도 호의적이다. 각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아가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일부 스토리에 대해 진부하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박 감독의 기존 스타일과 조금은 다른 영화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의견도 있다.
CJ엔터테인먼트 한 관계자는 "첫 주 연휴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좋다. 연휴가 끝난 뒤 200만 관객을 돌파하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예상보다 좋은 방향으로 관객몰이를 하고 있다"며 "영화 흥행 여부를 벌써부터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영화의 내용만큼 관객의 반응이 좋아 조심스럽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적인 요소와 함께 박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가미된 '아가씨'가 손익분기점(약 400만 관객)을 넘어 박 감독의 자체 신기록까지 경신할지 주목된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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