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20대 정무위원회 구성이 완료되면서 인터넷은행과 관련된 은행법과 금융소비자보호법, 가계부채 대책 등 쟁점 사안들을 두고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치권 기싸움이 예상되고 있다.
기존의 경제기조를 이어가려는 새누리당과 여소야대를 계기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더불어민주당이 서로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20대 국회가 공식 개원하고 총 24명의 정무위원회 위원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금융권에서는 긴장하는 모양새다.
새누리당 쪽에서는 위원장을 맡은 이진복 의원을 비롯해 총 10명이 정무위에 입성했고, 더민주당 진영도 전해철 간사를 필두로 총 10명이 들어갔다. 국민의당은 3명, 정의당은 1명이 정무위에 둥지를 틀었기 때문이다.
여당 의원 10명, 야당 의원 14명인 여소야대 구성이라 야권 연대만 이뤄지면 수적으로 여당에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판이 마련됐다. 지난 19대 정무위 당시 새누리당 13명, 더민주당 10명으로 여당이 야당을 앞질렀던 것과 대조된다.
어느 당이 주도권을 쥐든 양측이 쟁점 법안을 두고 대립각을 세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무위에 들어온 야권 의원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여당과 금융위가 추진 중인 정책에 회의적인 이들이 대다수란 점에서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재벌저격수'인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과 채무 탕감 운동으로 유명세를 얻은 제윤경 더민주당 의원이 있다. 채 의원과 제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과 관련한 은행법 개정안에 강하게 반대한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만든다고 그 부분만 따로 특혜를 주게 되면 은산분리 원칙이 훼손된다는 이유에서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한 법적 규제를 말한다.
두 의원이 이러한 입장을 유지하면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목표로 한 연내 은행법 도입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통과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금소법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야권은 총 70여개의 제정법으로 구성된 금소법에 집단소송 및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포함되야 소비자 보호란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현행법 체계와 맞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가계부채 대책에도 전선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와 여당은 가계부채 대책으로 대출 심사 강화 및 연체 부담 완화를 주장했고, 정부는 이를 실제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더민주당은 여당의 가계부채 정책을 '부채 주도형 거품경제'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보고 '가계소득 진작을 통한 내수확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무위 간사를 맡은 전해철 의원 등 더민주당은 가계부채 TF를 결성하기도 했다.
자본시장법도 마찬가지다. 금융위는 거래소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하고 거래소 지주회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나, 채이배 의원 등 야권은 민간회사의 본점을 특정 지역으로 규정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보고 이에 반대하고 있다. 거래소의 특성상 사적 발전보다 공공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이유도 있다.
반면, 더민주나 야당의 쪽수가 많고 강성이라고 해서 무조건 유리한 것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정무위 위원장이 새누리당 소속이고 야당 간에도 의견차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의당은 은산분리에 크게 반대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야당이 1당이 된 터라 국면전환 가능성도 있지만, 새누리당이 정무위 위원장을 가져가 기존의 분위기가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무위원장을 맡은 이진복 새누리당 의원의 활동 여하에 따라서 금융위 정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위원장의 권한으로 이전 경제정책 기조를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 의원은 부산 지역 여론을 고려해서라도 자본시장법에 공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진복 의원은 부산 동래구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며 "부산에 거래소 지주사를 두자는 자본시장법에 찬성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위는 정무위 구성 만으로는 앞으로 어떤 일이 전개될지 알 수 없다며 말을 아꼈지만, 법안 통과의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안 통과 여부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것"이라며 "다만, 은행법의 경우 김용태 의원과 강석진 의원이 곧 발의할 것으로 보여, 19대 국회 때 보다 더 논의가 될 것 같긴 하다"고 말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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