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소통이 개헌의 출발점
2016-06-16 16:16:41 2016-06-16 16:16:41
 개헌이 다시 ‘정치’로 돌아왔다. 정세균 국회의장이 취임일성에서 개헌을 20대 국회의 화두로 제시하면서 개헌은 주요 정치이슈가 되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0%도 개헌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구두선으로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87년 체제라고 불리는 현재 헌법은 간선제가 아닌 직선제 개헌을 핵심으로 담아 민주화의 상징이 되었다. 그 내용 또한 경제민주화 조항을 포함해 기본권 및 사회경제적 조항들이 다른 나라 헌법에 비교해도 매우 뛰어난 헌법으로 알려져 있다. 적어도 헌법 조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선진민주국가’인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87년 헌법체제가 새로운 정치·사회적 변화를 담고 있지 못하다는 학계의 비판적 논의가 있었고, 시민사회를 시작으로 해서 지난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원포인트 개헌을 제시했지만, 정치적 논란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그 후에도 여러 차례 개헌은 주요 대선 때마다 논란이 되었지만 그 폭발력과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구두선으로 그치고 말았다. 그런데 다시 개헌이 정치로 돌아왔다.
 
문제는 범위와 정치력이다. 즉 헌법체제 전반을 다룰 것인가와 개헌 논쟁에서 생기는 피치 못할 정치적 갈등을 조정하고 합의할 수 있는가이다. 개헌이 정쟁의 대상으로 전락해 민생의 발목을 잡지 않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범위의 문제를 확실하게 합의하고 가야 한다. 결국 문제는 대통령과 국회, 여당과 야당이라는 정치적 주체들의 합의가 있을 때 시작해야 한다.
 
범위의 문제는 매우 중요한 정치의 문제다. 핵심 포인트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권력구조와 선거체제에 대한 부분으로 제한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기본권 및 영토 조항, 사회경제적 의제까지 포함한 헌법 전반을 다루는 것이다. 첫 번째는 흔히 말하는 ‘원 포인트 개헌’이 될 것이고, 두 번째는 ‘국가 재구축 개헌’이 될 것이다. 지금 개헌을 말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발언도 큰 틀에서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뉘고 있다. 여야를 떠나 개헌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방향에 대한 합의가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헌은 정치가 아니라 정쟁으로 갈 수 있다. 새로운 변화가 아니라 새로운 위기를 불러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입장을 말하자면, 개헌은 권력구조와 선거체제에 대한 영역으로 제한하는 부분 개헌을 지지한다. 이 범위는 대통령 중임제, 내각책임제, 이원집정부제를 포함해 중대선거구제, 결선투표제 도입 등 정쟁의 문제라기보다는 새로운 정치시스템을 리모델링하는 것이기에 정쟁보다는 정치가 해야 될 영역이다. 권력구조나 선거체제의 개헌이 2017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별 이해득실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조정과 협의를 통해 충분히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개헌을 통해 국가체제 변화에 대해 여야가 협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하지만 개헌의 방향이 헌법 체제 전반을 논의한다면 개헌은 최대의 갈등으로 치달을 수 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여야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의제도 곳곳에 도사려 있다. 특히 영토조항이나 기본권 조항, 사회경제적 조항으로 갈수록 갈등은 극에 다다를 수 있다. 우리 현실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전한 지역갈등과 종북논쟁, 경제민주주의에 대한 수정, 심지어는 일베와 같은 증오와 혐오를 바탕으로 하는 문화전쟁을 격발시킬 수 있다. 개헌이 국가를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아니라, 갈등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말 그대로 개헌이 민생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정세균 국회의장의 말처럼 개헌은 ‘앞으로 대한민국이 나아갈 방향을 담아내는 것’이 되어야한다. 그동안 개헌을 국민의 관점이 아니라 권력의 관점에서 접근해왔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정세균 의장과 대표적 개헌론자인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의 합의와 조정을 중심으로 하는 ‘개헌정치’에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국회를 협치의 파트너로 보는지, 아니면 국정의 걸림돌로 보는지에 대한 인식이 개헌 논의에서도 핵심이 될 것이다. 개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대통령을 존중하고, 대통령도 국회를 존중해야 가능하다. 이제 대통령이 국회의장에게 답할 차례다. 청와대와 국회의 소통이 개헌의 출발점이다.
 
양대웅 코리아 아이디어스 대표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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