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호기자]
현대해상(001450)이 어린 자녀가 있는 고객의 자동차보험료를 깎아주는 특약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 재심의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현대해상은 배타적 사용권 이의신청서에 신상품을 개발한 회사가 배려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는 이날 오전 현대해상의 ‘어린이 할인 자동차보험’ 배타적 사용권 신청안을 재심의해 기각 결정을 내렸다.
현대해상은 지난달 20일 상품 출시 직후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으나 이달 7일 한 차례 기각됐고, 10일 재심의를 신청했다. 이 특약은 만 6세 이하 자녀가 있는 고객의 자동차보험료를 7% 할인해주는 자동차보험 특약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운전자일수록 안전운전을 하는 경향이 높다는 어린이보험과 자동차보험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토대로 개발했다.
현대해상은 독창성, 진보성, 유용성 등을 강조하며 배타적 사용권을 신청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이의신청한 것이다. 현대해상은 재심의를 요청하는 이의신청서에 신규 보험상품을 최초로 개발하는 회사는 금감원에 사전신고를 해야 하지만 다른 보험사는 신고 없이 자유롭게 해당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상품을 개발한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장치로 배타적 사용권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상품을 개발한 회사는 보험개발원에 요율 검증을 거친 뒤 금융감독원에 신고한 뒤 판매를 하게 된다. 이 과정을 6개월가량 소요된다. 하지만 이후 개발한 회사는 금감원의 신고절차가 필요 없어 빠르면 1~2개월 안에 비슷한 상품 출시가 가능하다.
현대해상이 이의신청서에 이런 내용을 넣은 이유는
KB손해보험(002550)이 비슷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KB 손보는 만 6세 어린이가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율 7%를 적용하는 '희망 플러스 자녀 할인특약'을 선보였다.
현대해상은 이의 신청서에 신상품을 선도적으로 개발한 회사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가 없다면, 보험사는 신상품 개발보다는 다른 보험사 상품을 따라가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며 각 회사의 신상품 개발 일정(요율 검증, 실질적인 판매준비 상황 등)을 꼼꼼하게 비교하여 신상품 개발이익이 침해됐는지를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배타적 사용권은 독창성이 있는 상품에 부여되는 것이지 신상품 개발에 대한 보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한 현대해상의 이번 배타적 사용권 기각은 단순히 특정 고객층의 요율을 조정한 것이기 때문에 독창성을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손보사 관계자는 "자동차 보험은 기본적으로 표준약관에 따라 상품이 개발되기 때문에 배타적 사용권을 받기가 쉽지 않다"며 "그동안 다른 손보사의 자동차 보험 배타적 사용권 신청도 기각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종호 기자 sun126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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