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제2의 이승기'는 왜 안 나올까?"
20대 청춘스타들이 연예계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잘생긴 외모와 풋풋한 매력으로 안방극장의 주시청층인 30~40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주인공들이다. 하지만 최근 연예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이승기와 같은 유형의 청춘스타가 보이지 않아 아쉽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유가 뭘까.
◇'국민 남동생'으로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던 이승기는 지난 2월 입대했다. 사진/뉴스1
이승기는 지난 2004년 1집 앨범 '나방의 꿈'으로 데뷔한 후 '국민 남동생'으로 사랑을 받았다. '결혼해줄래', '내 여자라니까' 등을 히트시키며 인기 가수로서 완전히 자리를 굳힌 이승기는 '소문난 칠공주',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더킹 투하츠' 등의 드라마를 통해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시청률 면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이승기는 안방극장의 흥행 보증 수표로 통하는 몇 안 되는 20대 배우 중 한 명이다.
이승기는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맹활약을 펼쳤다. KBS '1박2일'이 대표작이다. 귀공자 이미지의 가수로 인기몰이를 했던 이승기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한층 친근한 매력을 어필하며 누나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연예 관계자들은 이처럼 노래, 연기, 예능의 3박자를 갖춘 솔로 남자 가수가 나오지 않는 이유로 가요계 트렌드의 변화를 꼽았다. 요즘 가요계는 아이돌 그룹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냉정히 말해 남자 솔로 가수를 데뷔시키는 것은 남는 것 없는 장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특히 최근 가요계에서는 이승기와 같은 솔로 발라드 가수가 설 자리가 없다. 걸그룹들처럼 각종 행사를 통해 수익을 올리기 힘들 뿐더러 보이그룹만큼의 충성도 높은 팬덤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노래와 연기를 겸하는 배우가 잘 없다는 점 역시 '제2의 이승기'가 나오지 않는 이유로 꼽힌다. 90년대~2000년대 초 연예계에서는 배우들의 가수 데뷔 붐이 일었다. 이 때문에 안방극장이나 스크린에서 활약을 펼치는 배우들이 가요 프로그램을 통해서도 얼굴을 비치는 이색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이런 경향은 곧 시들해졌다. 가수로서의 경쟁력이 문제였다. 충분한 음악적 실력을 않은 상태에서 인지도만을 앞세워 앨범을 발표한 배우들은 가요계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타고난 끼를 발산하면 되는 예능 분야와 달리 노래, 연기는 충분한 준비 없이 도전했다가는 낭패를 보게 되는 분야다. 노래와 연기를 겸하는 아이돌 가수, 연기와 예능을 겸하는 배우 등 두 가지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멀티테이너'들이 각광을 받고 있지만, 세 가지 이상의 분야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승기와 같은 유형의 스타가 등장하기 힘든 이유다.
그런 가운데 우리 연예계가 새로운 유형의 청춘스타를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들린다.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아이돌 또는 일부 젊은 배우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머지않아 한류 콘탠츠가 한계를 드러낼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국 에이전트 관계자는 "한류 열풍의 중심이 일본에서 중국으로 옮겨가면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렸다. 한류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아이돌 스타들을 드라마에 캐스팅해 해외 시장에서 일단 수익을 올리고 보겠다는 식의 안정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한류스타가 배출되는 통로가 점점 좁아지는 느낌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좀 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서로 다른 유형의 한류스타들이 배출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승기는 지난 2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에 입소했으며, 내년 10월까지 21개월 동안 육군 현역병으로 복무한다. 이에 앞서 이승기는 팬들을 향한 감사의 마음을 담은 노래 '나 군대 간다'를 발표했다.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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