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우리은행 민영화가 풍전등화 위기에 놓였다.
금융당국이 예금보험공사를 앞세워 시장수요조사를 나섰지만 승승장구하던 우리은행 주가는 대내외적인 이유로 곤두박질 쳤다. 매각 작업 지연으로 주가가 떨어진 것인지 주가가 떨어져 지연된 것인지 공방이 오가고 있다. 우리은행 지분을 누가 살 것이냐는 것을 두고도 시장에서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현재 우리은행 지분매각을 위한 시장 수요조사를 진행 중이다. 수요조사가 끝나야 공청회를 거쳐 8~9월에는 매각 공고가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달 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아직 매각 스케줄을 밝힐 단계는 아니다"라면서도 "매각 여건을 감안해 의지를 갖고 매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그 때문이다.
금융당국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우리은행 주가가 문제다.
우리은행 매각으로 공적자금 4조5000억원 가량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주당 1만2800원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가매각 방침을 정한 우리은행의 주가는 최근 9000원대에 머물러 있다.
우리은행 내부에서는 이광구 행장이 올해 상반기에만 세 번이나 해외 IR(투자설명회) 일정을 소화하며 투자자 유치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이 행장은 지난 2월 싱가포르 및 유럽에 위치한 31곳의 투자자들을 만났고 5월에는 미주 지역 10여 곳의 투자자들을 상대로 투자유치 활동을 벌였다. 이에 힘입어 우리은행 주가는 8000원대에서 1만원대로 상승하기도 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이후 우리은행 주가가 9000원대 중반으로 떨어졌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헐값 매각'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유상증자를 언급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통상적으로 유상증자를 할 경우 주가희석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하락한다.
공자위 측에서는 "(공자위원장이) 그런 취지에서 한 말이 아닌데 우리은행에서 주가 하락에 대한 원망을 이쪽으로 돌리고 싶은 것 아니냐"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주가하락이 민영화에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자 우리은행 직원들이 자사주 매입에 나서기도 했다.
우리은행 사주조합은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직원들을 상대로 자사주 매입 신청을 받았으며, 오는 20일부터 22일까지 시장가격에 매입해 평균가를 매긴 뒤 직원들에게 주식을 배정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에서는 "직원들의 민영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과거 네번이나 우리은행 민영화 실패 경험을 답습한 내부에서는 "이번에도 자사주 매입에 나서야 할 정도로 어려운 것이냐"라는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융당국이나 우리은행이 바라는 자본을 갖춘 투자자가 나타날지도 의문이다. 현재로서는 지난해부터 동양생명과 알리안츠생명 등 국내 생명보험회사를 인수한 중국 안방보험이 우리은행 지분 매수자로 거론되고 있다.
과거 외환은행 론스타 사태의 학습효과로 사모펀드에 대한 거부감도 클 것을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부 유출 논란도 논란이지만 해외 금융기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 입장에서도 중국 자본에 넘기는 것에 대해 부정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의 이번 매각이 사실상 이번 정권에서의 마지막 시도로 보고 있다. 올해 무산되면, 다음 정권에나 가능할 것이란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두 곳 이상의 투자처가 나오면 의지 표명 차원에서 매각 공고를 진행될 것"이라며 "그 이후에는 유찰되더라도 당국으로서는 대내외적인 이유를 핑계로 들면 된다"고 말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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