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9~20일 이틀간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놓고 긴급현안질의를 진행했다. 국회가 본회의까지 열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지만 국민적 관심에서는 차츰 멀어지는 느낌도 있다. 정부와 여·야의 입장이 제 자리를 맴돌았다. 친박계 핵심 인사들이 지난 총선 과정에서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녹음파일이 공개되면서 시선을 잡은 이유도 있을 것이다.
지난 13일 경상북도 성주군으로 사드 배치가 확정된 후 일주일이 지났다. 그 사이 정부와 보수층은 ‘지역 이기주의’, ‘전문 시위꾼’ 등을 언급하며 자신들이 짜놓은 프레임에 사드 문제를 가둬 버렸다. 사드를 반대하는 성주군민은 지역 이기주의자일 뿐이고, 사드에 반대해 시위에 동참하면 ‘전문 시위꾼’으로 낙인을 찍었다.
하지만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성주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성주에 사드를 배치하며 발생되는 문제들은 한반도 전체의 문제로 확장된다. 이 때문에 우리는 무엇보다 사드를 배치해야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야 한다. 정말 북한의 위협에서 벋어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인지도 따져 물어야 된다. 여기에 국제정세에서 우리나라가 받게 되는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중국이 은밀한 무역 보복에 나설 경우 성주에만 피해를 입힐 리 없다.
그러나 정부와 보수언론들은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성주군민들에게 초점을 맞추며 이 문제를 지역 이기주의로 치환해 버렸다. 전형적인 논점 비틀기이고 편 가르기이다. 이 프레임에 갇히는 사람들은 성주군민을 한번 비난하고 사드 배치가 마치 자신과는 크게 상관없는 일인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가 버릴 수 있다.
아울러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군청을 방문했을 당시의 시위에 대해 정부는 ‘전문 시위꾼’이라는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 중 성주군민과 ‘말씨가 다른’ 외부인이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 ‘전문 시위꾼’이란 단어에는 폭력적이며 정부 정책에 무조건 반대만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전문 시위꾼’이라는 단어를 언급하기 전에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사드 배치 문제는 왜 성주군민만 반대해야 되는 것인가. 성주군에 살지 않는 사람이 사드 배치에 반대하면 불순한 의도를 갖게 되는 것인가. 오히려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지만 소신껏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더 순수한 것이 아닌가.
사드의 한반도 배치는 국가적 문제다. 정부가 낙인찍고 있는 ‘전문 시위꾼’도 국민이다. 국민이 국가 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시위를 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다. 폭력 사용을 옹호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정부가 성주군민이 아니기 때문에 순수하지 못하다고 갈라쳐 비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는 것이다. 이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성주군에 살지는 않지만 사드 배치에 반대하고 비판적인 글을 쓸 수 있다. 그렇다면 기자도 불순한 것인가.
정부는 국민들이 사드 배치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된다. 단순히 전자파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자신들이 짜놓은 프레임에 국민을 가두려 해서는 안 된다. 국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건전한 비판과 합리적인 지적은 우리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다.
최용민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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