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포켓몬 고(Pokémon GO)라는 증강현실 게임이 출시 5시간 만에 전 세계 모바일 앱 다운로드 1위를 차지했다. 이 게임은 스마트폰을 들고 길을 가다 주변에 포켓몬이라 불리는 가상의 몬스터가 나타나면 스마트폰 카메라로 특정장소를 비춘 후, 화면에 버튼을 눌러 포켓몬을 잡고 수집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불과 며칠 만에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도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게임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포켓몬 고의 출시 첫날 하루 매출액은 애플 앱스토어에서만 160만 달러(약 18억 원)에 달한다고 보도됐다. 덕택에 닌텐도의 주가는 나흘 만에 60 %나 오르기도 했다. 포켓몬 고 다운로드는 무료로 받는데 포켓몬 고는 어떻게 높은 매출 성과를 낼 수 있을까?
게임은 대체로 공짜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게임과 같은 정보 재화는 경험재(experience good) 성향이 강해 사용자들이 게임에 대한 가치 평가가 모두 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일종의 '맛보기' 차원에서 무료로 게임을 해볼 수 있도록 하고 사용자들이 각자 느끼는 가치만큼 지불하는 형태의 사업모델이 주류를 이룬다. 대개의 게임들이 아이템 판매를 통해 매출을 만드는데 이런 모델을 흔히 부분유료화 모델이라 부른다. 흥미롭게도 이런 부분유료화 모델은 국내 게임업계에서 1990년 후반 최초로 만들어졌다.
다양한 고객의 요구사항에 대응하기 위한 가격 차별화 전략은 크게 개별 가격, 그룹 가격, 제품 가격 차별화 기법으로 구사할 수 있다.
첫째, 개별 고객들의 수요를 정확히 알 수 있다면 개별 고객들이 느끼는 효용만큼 가격을 부과해 매출을 최대화 하는 전략이 개별 가격이다. 이 전략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의 지불 의사보다 적은 비용으로 재화를 구매할 때 생기는 이득인 소비자 잉여를 모두 매출 형태로 회사가 가져올 수 있게 되므로 회사의 입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둘째는 그룹 가격 전략으로 수험생 할인이 대표적인 그룹 가격 결정의 예이다. 특정 그룹을 정하고 그룹에 따라 같은 제품을 다른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 같은 경우, 시간이 많고 가격 탄력성이 큰 소비그룹이기에 수험생 할인을 해줄 경우, 매출을 높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 일단 구매를 통해 고착화(lock-in) 현상이 있을 경우 더욱 효과적이다.고착화 현상은 다른 제품 및 서비스로 이동하는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 높은 경우 발생한다. 일부 게임 초기에 배우는 단계에서 일정 레벨에 도달하게 하기 위해 여러 아이템을 무상 제공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셋째는 제품 차별화 또는 버저닝(Versioning)이다. 버저닝은 기본적으로 고객을 구분하기 보다는 제품의 버전(version)을 나누고 버전 별 가격을 정하는 방법이다. 가령 많은 모바일 게임이 무료 버전과 유료 버전을 구분해 안드로이드 마켓이나 앱스토어에서 유통하는 것이 그 좋은 사례이다. 이는 고객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고객 층을 분리해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베타 게임 서비스 역시 무료로 제공되는 버전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 게임 내에 아이템을 개별 판매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묶음으로 판매하는데 이를 번들링이라고 한다. 이는 정보재가 쪼개고 붙이기 쉽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가령 게임 내에 게임을 한 판 할 수 있는 하트와, 게임에서 성능을 발휘하는 아이템 등이 나뉘어서 판매되는데 게임 사용자들은 두 상품에 대해 각기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에게 하트의 가치는 100원이고 성능 아이템은 120원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 반면 B라는 사람에게는 하트의 가치가 120원이고 성능 아이템은 100원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이런 경우, 하트와 성능 아이템 판매를 최대화 하는 가격 체계는 하트 100원, 성능 아이템 100원이 돼 최종 매출은 400원이 된다.
이제 번들링 기법을 활용해 하트와 성능 아이템을 220원에 번들 상품화하면 A, B 모두 번들 상품을 구입하게 돼 총 매출은 440원이 된다. 번들링 하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볼 경우, 40원 추가 매출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번들링은 고객 간의 상품 별 지불의사의 차이를 줄여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게임을 비롯한 정보재화의 경제적 영향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런 첨단 산업에서 '감(感)'을 믿고 주먹구구로 경영하기 보다는 이론과 데이터 분석을 활용해 성과를 높이는 접근 방법이 절실한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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