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검찰 부패범죄 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이 5조원대 회계사기를 지시한 혐의로 고재호(61)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27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 사장은 5조7000억여원의 회계사기를 저지르고 21조원대 사기대출을 지시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은 고 전 사장에게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와 배임 혐의도 있다.
고 전 사장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순자산 기준으로 5조7059억원가량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예정원가 임의축소를 통해 매출을 과대 계상했고, 장기매출 채권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을 과소 설정하는 등의 수법을 썼다.
대우조선은 회계사기로 부정하게 얻은 신용등급을 이용해 금융기관 대출 4조9000억원, CP(기업어음) 1조8000억원, 회사채 8000억원, 신용장 보증한도 증액 2조8000억원 등 총 21조원을 사기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회계사기로 거짓 기재된 실적을 토대로 임원급은 99억7000만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 직원은 4861억원의 성과급을 챙겼다.
고 전 사장은 자신의 임기 동안 이뤄진 회계사기를 인정하면서도 "회계지식이 없었다"고 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 전 사장을 제외한 임직원들은 범행 일체를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고 전 사장은 대우조선에서 선박관리 등 30년 근무한 전문가다. 국내 유수대학에서 경영전문대학원(MBA)도 이수했다. 상당한 회계지식을 갖춘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특별수사단은 고 전 사장 재임시절 재무총괄담당을 역임한 김모(61·구속 기소) 전 부사장을 사기대출과 임원 성과급 부정 지급 혐의를 더해 이날 추가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 전 사장 시절 회계사기는 일단락됐다. 경영비리는 계속 수사 중이고, 추가 기소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남상태(66) 전 사장 재임 시절인 2006~2012년 사이에 이뤄진 회계사기 규모를 수사 중이다. 남 전 사장은 20억가량의 뒷돈을 받은 배임수재 혐의와 회삿돈 약 5억원을 빼돌린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지난 18일 구속 기소됐다.
5조원대 회계사기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재호 전 대우조선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지난 4일 오전 특별수사단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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