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기자] 세트(완제품)의 호조 속에 부품은 부진했다. 세트업체들의 부품가 인하 요구와 함께 중국발 공급과잉이 더해지며 수급상황이 어지러워진 결과다. 다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업황 악재 속에서도 선방했다.
삼성전자(005930) 반도체 부문은 2분기에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매출 12조원, 영업이익 2조6400억원을 기록했다. 호황의 끝이었던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22.4% 감소했지만, 직전 분기였던 1분기(2조6300억원)보다는 수익을 끌어올리며 흐름을 돌렸다.
D램 가격 하락 속에서도 모바일과 서버용 20나노 제품의 판매량을 늘렸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48단 V낸드의 공급을 늘리며 고용량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와 중화권 모바일 업체들의 고용량 스토리지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했다. 전세원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무는 28일 열린 2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낸드플래시는 중화권을 중심으로 스마트폰에 32GB 이상의 고용량 제품 적용이 확대되면서 모바일 스토리지 수요가 늘었다”며 “D램은 고용량 메모리가 확대되고 서버용 고용량 제품 수요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을 비롯해 중국 제조사들의 플래그십 스마트폰들이 줄줄이 쏟아지면서 수요가 지속될 전망이다. 전 전무는 “2분기에 모바일·서버용 중심으로 수요의 당사 쏠림현상이 있었다”며 “플래그십에서는 64GB, 128GB 이상, 중저가에서도 16GB, 32GB 중심으로 고용량화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034220)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부진했지만, 양사 모두 전분기 대비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지속된 LCD(액정표시장치) 가격 하락과, 물량을 쏟아내는 중국 제조사들과의 거친 경쟁상황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분기 매출액 6조4200억원, 영업이익 1400만원을 기록하며 1분기 적자를 딛고 흑자전환했다.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OLED 패널 적용을 확대한 결과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전세계 중소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시장을 97% 점유하는 절대강자다. 하반기에도 중소형 OLED 수요에 대응하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낙점한 QLED(퀀텀닷발광다이오드) 기술력 확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창훈 삼성디스플레이 상무는 “퀀텀닷은 현존한 디스플레이 소재 중 가장 밝고 무기물 소재로 내구성도 강하다”며 “2020년이 되면 퀀텀닷TV의 수요가 OLED TV 대비 3배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91% 급감한 444억원에 그쳤다. 하지만 악화된 시장 상황 속에서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측은 “엠플러스(M+) 기술을 바탕으로 40인치 이상의 UHD(초고화질) 시장을 선도했다”며 “HDR기술이 탑재된 60인치 이상의 초대형, 프리미엄 TV패널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높였다”고 말했다.
카메라 모듈과 배터리 등을 공급하는 부품사들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삼성SDI(006400)는 2분기 542억원의 영업손실로 적자기조를 이어갔다. 하반기에는 신규 스마트폰에 폴리머 배터리를 공급하고 전기차배터리는 유럽계를 중심으로, ESS(에너지저장시스템)는 전력용에 집중해 매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LG이노텍(011070)은 2011년 4분기 이후 18분기 만에 3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요 고객인 애플이 하반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기존 제품의 재고 조정에 들어가면서 카메라 모듈 수요가 급감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삼성전기(009150)는 구조조정으로 인한 시설 이전 비용과 직원들의 퇴직금 등 일회성 비용, 환율 하락의 영향이 겹치면서 부진했다.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152억원에 그쳤다. 전장부품 사업을 벌이고 있는
LG전자(066570)의 VC사업본부는 매출은 늘었지만, 아직 자원 투입 단계로 이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VC사업본부는 매출액 6396억원, 영업손실 168억원을 기록했다. 회사 측은 “전기차용 부품 및 인포테인먼트 기기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자원 투입 증가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부품사들은 하반기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애플의 아이폰7을 비롯해 중국 제조사들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기술력 확보를 위한 투자도 이어간다. LG디스플레이는 파주공장 내 P9 공장에 월 1만5000장 규모의 6세대 플라스틱 OLED(POLED) 생산라인 구축을 위해 1조99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삼성전기는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인 ‘FoPLP’ 개발 및 인프라 구축에 2632억원을 투자한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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