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광연기자] '사상 최초'로 올림픽 4개 전 종목 석권을 노리는 한국 양궁이 순항을 거듭하며 목표 달성에 대한 기대를 낳고 있다.
여자 양궁 대표 주자인 장혜진(LH)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삼보드로우 경기장에서 열린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32강전에서 리디아 시체니코바(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세트스코어 6-2(28-27, 29-28, 26-28, 28-25)로 이겼다. 장혜진은 전날 셰자나 안와르(케냐)를 꺾고 16강전에 오른 기보배(광주광역시청)의 뒤를 이었다.
이날 장혜진은 첫 화살에서 8점을 기록하며 다소 주춤했다. 하지만 남은 두 발을 모두 10점을 쏘며 1세트를 따냈다. 기세가 오른 장혜진은 2세트 들어 시체니코바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상대가 세 번째 화살에서 9점을 기록한 사이 장혜진은 10점을 쏘며 2세트까지 따냈다.
승리가 보이는 순간 장혜진은 3세트 다소 부진했다. 마지막 화살에서 7점을 쏘며 시체니코바에게 추격을 허용했다. 절치부심한 장혜진은 4세트 마음을 다잡았다. 마지막 순간 집중력을 발휘하며 4세트를 28-25로 잡고 경기를 마쳤다.
이제 장혜진은 16강에서 강은주(북한)와 만난다. 리우 올림픽 첫 남북한 대결이 성사됐다. 장혜진은 경기 후 "아직 경기가 남아 있으므로 승리의 기쁨을 접어두겠다. 경기하면서 집중하고 자신감을 얻었다"면서 "강은주가 얼마나 잘 쏘는지 알고 있다. 저 자신에게 더욱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남자부에선 '막내' 이승윤(코오롱엑스텐보이즈)이 계속 전진했다. 이승윤은 지난 9일 열린 양궁 남자 개인전 64강 다니엘 레젠데 자비어(브라질)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6-2(28-22, 30-27, 27-28, 28-26)로 이겼다. 첫 세트를 가볍게 따낸 이승윤은 2세트 들어 3발 모두 10점을 기록하며 쾌조의 컨디션을 자랑했다. 3세트 들어 잠시 주춤했지만 4세트 상대를 누르며 32강에 올랐다.
기세가 오른 이승윤은 32강에서 만난 아바리노 가르시아(스페인)와 맞대결에서 세트스코어 7-1(28-27, 29-23, 29-29, 28-27)로 이겼다. 이승윤은 1세트 9-9-10점을 쏘며 역전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이후 상대의 두 번째 화살이 4점에 그친 틈을 타 2세트까지 따냈다. 3세트 들어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4세트 28점을 기록하며 경기를 잡았다. 12발의 화살 모두를 노란색 원에 집중하며 기복이 적은 활약을 펼쳤다.
경기 후 이승윤은 "긴장을 많이 해 64강과 32강에서 원래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면서도 "남자 대표팀 목표가 개인전에서 금·은·동메달을 다 따는 것이다. 결승까지 한참 남았고 이제 시작이다. 결승까지 더 연습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한국 양궁은 9일 '믿었던' 김우진(청주시청)이 예선 33위인 리아우 에가 아가타(인도네시아)와 남자 개인전 32강에서 세트스코어 2-6(29-27, 27-28, 24-27, 27-28)으로 무너지며 위기를 맞았다. 무엇보다 패배 당사자가 예선에서 72발 합계 700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한 김우진이었기에 충격 여파가 더 컸다.
하지만 김우진의 패배는 7일과 8일 각각 남녀 단체전을 휩쓸며 한껏 달아오른 한국 양궁의 '잔칫집 분위기'를 다잡는 계기가 됐다. 한국 양궁은 이번 올림픽에서 그간 이루지 못했던 남녀 개인전 및 여자 단체전 등 4개 전 종목 석권을 노리고 있다. 목표 달성을 위해선 다른 팀과 맞대결도 중요하지만, 현재 세계 최고 기량을 갖춘 만큼 자신과 싸움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전 남녀 단체전에선 다른 나라 선수들의 저항이 없어 '나홀로 너무 잘 나간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 패배로 '돌다리도 먼저 두드리는' 마음이 생겼다. 단체전 우승에 도취된 선수들도 '나도 떨어질 수 있다'는 생각을 안고 경기에 임하게 됐다. 이번에 16강에 합류한 장혜진과 이승윤도 하나같이 승리에 대한 기쁨 대신 가야 할 길이 멀다고 언급하며 조심스러워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양궁은 역대 하계올림픽에서 가장 많은 금메달 21개(은메달 8개, 동메달 6개)를 따냈다. 대표팀은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 금메달 3개를 따냈지만 남자 단체전 동메달로 전 종목 석권엔 실패했다. 확실히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자리매김했지만, 그간 눈앞에서 실패했던 4개 전 종목 석권에 대한 목마름이 컸던 게 사실이다. 상승세에 이어 마음마저 다 잡은 이번 올림픽이 바로 절호의 기회다.
한국은 11일 구본찬(현대제철)과 최미선(광주여대)이 각각 남녀 개인전 64강을 치르고 이어 기보배와 장혜진이 여자 개인전 16강을 가진다. 12일엔 이승윤이 남자 개인전 16강에 출전해 8강 진출을 놓고 대결한다. 이번 김우진의 탈락이 한국 양궁 전 종목 석권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이승윤이 9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양궁 남자 개인전 경기를 펼치고 있다. 사진/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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