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지난 2월11일 개성공단이 전면 폐쇄된 이후 반년이 지났다. 입주기업들이 여전히 공단 재가동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피해 보상을 둘러싼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 비상대책위원회는 11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실질피해 보상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집회를 연 이후 또 다시 길거리로 나섰다. 비대위는 "정부는 범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지만, 경영정상화는 요원하다"고 말했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정부는 개성공단 전면 중단에 따른 피해에 대해 '법이 없어 보상할 수 없다'고 일관하고 있다"며 "책임 있는 정부라면 입법을 해서라도 피해 기업에 대한 보상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사정이 묻히지 않기 위해 이렇게 길거리로 나섰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회와 여론의 관심도 식었다.
이날 서울청사 앞에는 뙤약볕에 100여명의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모였다. 지난달 국회 앞 집회에 모인 인원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반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경영정상화에 대한 희망을 잃은 개성 기업인들이 하나둘 늘고 있음을 보여줬다. 한 입주기업 대표는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는 커지고 있는데 정부는 아무 말이 없다"며 "우리들의 요구가 '메아리 없는 외침'에 그치고 있다"고 한탄했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개성공단 기업 비대위 소속 기업인들이 개성공단 전면중단에 따른 실질피해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들이 요구하는 건 '실질적 피해 보상'이다. 정부는 지난 10일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에 대해 정책대출을 비롯한 1조원 규모의 지원방안을 강구해 시행 중이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비대위는 실제 기업들에게 집행된 것은 1600억원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비대위는 "1조5000억원이 넘는 기업 피해에 대해 1600억원의 정책대출으로는 경영정상화가 불가능하다"며 "수천 영세협력업체까지 존폐의 기로에 처해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보상특별법 제정 및 통과와 함께 정부가 확인한 피해금액 7779억원을 먼저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의 피해규모를 조사해 총 7779억원으로 확정 발표했다. 이는 개성공단 기업들이 신고한 피해금액 9446억원 중 82%에 해당한다.
입주기업들의 경영상태는 파산 직전이다. 지난 2008년 개성공단에 입주한 박남서 컴베이스 대표는 "국내에서는 인건비도 높고, 직원들이 해본 일이 아니기 때문에 생산성도 낮다"며 "자금조달도 안 되면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어 직원 13명 가운데 7명을 휴직상태로 처리했다"고 토로했다. 공장 가동을 멈춘 지도 3개월 째로 접어들었다. 박 대표는 "정부를 믿고 땅을 확보해서 예순이 넘은 나이에 개성공단에 들어갔다"며 "주위에서 다들 말려도 통일의 희망인 개성공단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했는데,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정부가 원망스럽다"고 말했다.
한 섬유업체 대표도 "정부의 보상을 기다리면서 주변 자금을 끌어 쓰고, 협력업체에 사정을 구하며 일했지만 2개월이 한계였다"며 "당장 생존을 위협받으니까 10~20년 관계를 쌓아온 협력업체와도 등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비대위는 집회가 끝난 후 통일부에 개성공단 방문을 위한 방북 신청서를 제출했다. 지난 6월 두 차례에 걸쳐 방북 신청을 한 후 세 번째다. 통일부는 현재 남북 관계를 고려할 때 개성공단 방문은 적절치 않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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