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게임산업은 성장동력 산업인가 사행성 사업인가
2016-08-16 16:20:57 2016-08-16 16:20:57
지난 1990년대 이후 급속도로 성장한 게임산업에 대해 우리나라 정부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 게임산업이 전체 콘텐츠 수출 중 절반 이상 성과를 내니 정부는 게임산업 진흥에 대한 법률 등을 기초로 게임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 했다. 최근 정부는 제4차 산업혁명의 일환으로 국가전략 프로젝트 과제 중 가상증강현실(VR: Virtual Reality, AR: Augmented Reality)과 게임 콘텐츠 융합을 국가프로젝트 후보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기도 했다. 반면, '게임은 마약과 같다'고 하면서 강력한 정부규제가 시행 중이기도 하다. 전 세계에서 유례없이 우리나라에서는 성인 1인 당 온라인 게임에서의 월 결제최대 한도는 5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최근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미국 및 중국의 외산 게임이 선전하면서 우리나라 게임산업 전반에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수출을 주도하는 국산게임이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국내 시장도 외산업체에 자리를 내어주었다. 게다가 최근 해외에서 포켓몬 고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혁신적인 미래산업으로 주목받자 우리는 무얼하고 있는가 반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는 게임산업을 미래산업의 총아로 보아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 아이들이 공부할 시간을 빼앗기고 중독자를 양산하는 사행성 사업으로 보아야 할 것인가?
 
한국의 경제발전은 엘리트 경제관료들이 주도한 계획경제에 기인했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부는 중공업, 자동차, 전자산업 등을 전략적으로 기획해 재벌들을 통해 빠르게 산업을 성장시키는 데에 성공했다. 그런데 게임산업은 경제관료들의 청사진에 있던 산업이 아니었다.
 
90년대 들어 컴퓨터와 정보통신에 관심을 가진 유망한 인재들이 게임사업에 투신하면서 게임회사들 자생적으로 매출 수조 원 대의 성장산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갑자기 성장한 산업에 대해 문화부, 보건복지부, 여성가족부, 교과부 등 정부의 여러 부서에서는 게임운영의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고 게임산업이 위축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특히 고스톱, 포커, 바둑, 장기와 같은 웹보드 게임에 대해 정부는 사행성을 단속한다는 명분을 가지고 게임운영의 세부적인 사안에 대해 규제 수위를 높여왔다. 실제로 웹보드 게임에 대한 규제 강화는 웹보드 게임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는데 매출 및 사용자가 규제 이전에 비해 1/3~ 1/4 수준으로 급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검색엔진 회사와 합병을 통해 성장한 한 게임회사는, 게임규제 위반으로 대표이사가 형사 처벌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여 검색엔진 회사와 결별했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필자는 지난 몇 년간 온라인 게임 규제효과에 대한 정량적 분석 연구를 진행해왔다. 온라인 게임의 규제의 내용을 검토해 보니 게임규제는 관료 편의적으로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정부 입장에서는 게임의 종류와 내용은 많은데 제한된 인력으로 세부적인 규제를 하려니 일단 규정을 만들고 규정대로 관리하는 방식을 택했다.
 
예를 들어 1인당 월간 50만원 한도를 실행하기 위해 담당 정부기관은 편의적으로 1인당 결제한도를 게임회사 별로 50만원으로 정했다. 가령 어떤 고스톱에 과몰입된 사용자가 A라는 회사에서 50만원 한도에 걸려 더 이상 게임을 하지 못할 때, B 회사 고스톱을 하면 또 50만원까지 계속해도 괜찮다. 마찬가지로 회사를 바꿀 경우, 고스톱을 계속해서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일반 사용자가 A라는 회사에서 고스톱을 20만원, 다른 게임들을 30만원을 하면 한도에 도달해 더 이상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편의적 가격 규제를 하면 규제의 목적이었던 과몰입 방지는 성취하지 못하고 애꿎은 사용자에게 불편만 초래하게 되는 셈이다. 
 
우리가 게임산업을 산업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규제의 접근 방법도 달라져야 할 것이다. 가령 공장에서 생산을 하는데 공해가 발생한다 해서 공해를 줄이기 위해 무작정 공장생산 총량을 정하는 방식을 택하는 것은 경제학적 접근 방법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공해 배출에 비례하여 세금을 늘리고 또는 공해배출권을 시장에서 유통하는 것이 좀 더 효율적인 접근 방법이다.    
 
이제 정부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온라인 게임 50만원 결제한도 제한과 셧다운제 폐지와 같은 규제 완화책을 실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편의적인 총량 및 가격규제 접근 방법 보다는 모바일 게임을 비롯한 산업 전반의 분석을 통한 산업규제 완화를 검토해야 할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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