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고 이병철 회장의 손자로 사촌 지간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동일한 사업에서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재계가 집중하고 있다. 사촌 간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동안 식품과 유통에서 서로의 영역을 최대한 침범하지 않으면서 사업을 전개해 왔지만 최근 들어 양사가 같은 사업에 진출하면서 이른바 '사촌간의 혈투'가 진행 중이다. 유통영역에만 집중했던 정용진 부회장의 신사업에 대한 야심이 사촌형의 영역을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다.
정용진
신세계(004170) 부회장이 유통영역을 벗어나 종합식품회사 도약의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단체급식과 식자재 유통 사업으로 출발한 신세계푸드를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이마트의 자체상표(PB) 식품 브랜드 '피코크'의 성공 경험을 발판으로 전문 식품 제조 브랜드(NB)를 이르면 오는 9월 초 공개하고 본격적인 종합식품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선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9월 초께 브랜드의 제품 라인업과 브랜드 이미지(BI)의 가닥을 잡고 제품이 출시될 것"이라며 "올 하반기부터는 자체 브랜드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정 부회장의 식품 제조 브랜드 론칭이 궁극적으로는 사촌형이 이끄는
CJ(001040)의 주축 사업인 식품제조 영역에서 전면전을 선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암시하듯 신세계는 지난해 하반기 충북 음성에 가정간편식(HMR) 공장을 완공하고 이마트 PB 제품인 피코크 제품라인을 본격적으로 확대했다.
피코크가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로서 다른 유통채널로 진출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 새롭게 선보일 브랜드는 제조업체 고유 브랜드로서 경쟁 유통채널에 진출하기 쉽다는 장점을 가진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새로 출범할 식품 브랜드는 우선 최근 떠오르는 가정간편식 상품이 주력이 될 전망이다. 신세계는 가정간편식 분야에서 CJ나
대상(001680) 같은 기존 식품제조기업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푸드를 단체급식,식자재 유통 사업에서 벗어나 외식 사업에 이어 식품 제조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지난해 말 대표이사를 포함한 신세계푸드 임원 5명이 한꺼번에 교체된 것도 그 일환이다. 올해 3월에는 임기 만료가 예정돼있던 김성환 신세계 대표 푸드 대표 대신 이마트 식품본부장을 역임한 최성재 부사장이 신세계푸드의 수장으로 발탁됐다. 이는 식품 제조 분야 육성이라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정 부회장은 신세계푸드를 통해 그간 종합식품회사로 성장하기 위해 다양한 욕심을 드러내왔다.
올 1월에는 신세계 푸드의 외식브랜드 '올반'에서 가정간편식 제품이 처음 출시되며 서막을 알리기도 했다. 올반은 본래 2014년 10월 론칭한 신세계푸드의 한식 브랜드다.
정 부회장은 매출액 6000억 원대에 불과한 신세계푸드를 2023년까지 매출 5조원 회사로 키우겠다는 목표아래 올반과 데블스도어, 자니로켓, 스무디킹 등 7개 외식 브랜드와 밀크앤허니, 데이앤데이 등 4개 베이커리 브랜드를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오는 9월 전문 식품 제조브랜드를 출시하는 배경에는 이마트의 자체상표(PB) 식품 브랜드 '피코크'의 성공 경험이 발판이 됐다고 분석한다.
국내 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의 식품 제조 브랜드는 경쟁사 유통 채널에도 공급할 수 있는 브랜드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까지 투자금액과 브랜드명, 공장 증설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식화되지 않은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외식 관련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신세계푸드의 변화도 정 부회장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연말 대표이사를 포함한 신세계푸드 임원 5명이 동시에 교체된 것을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다"며 "9월 식품 제조 브랜드 공개는 신세계푸드를 종합식품회사로 키우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식품제조 브랜드 출시를 통해 기존 이마트 피코크가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로서 다른 유통채널로 진출하는 데 있었던 한계가 해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정 부회장이 종합식품회사의 도약을 노리며 범 삼성가의 핏줄로 엮인 이재현 CJ 회장과의 대결도 관전포인트가 되고 있다.
범 삼성가는 과거 그룹 계열사들이 분리할 당시 삼성그룹을 비롯해 CJ(식음료), 한솔(제지), 신세계(백화점) 등으로 사업영역을 나눴다.
특히 창업자의 유훈에 따라 각 그룹들은 대표사업 영역을 절대 넘보지 않으며, 부족한 부분(사업)이 있으면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3세 시대 개막 이후 미래를 위해 뛰어든 신사업 분야가 중복되면서 반목이 시작되고 있는 셈이다.
재계 관계자는 "피를 나눈 형제들이더라도 사업에 있어서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는 것이 기업가의 생리 아니겠느냐"라며 "앞으로도 신사업을 추진할 때마다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재현 CJ 회장(왼쪽)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사진제공=각사)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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