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매년 반복되는 파업, 이제는 변해야
2016-08-18 06:00:00 2016-08-18 06:00:00
17일 현대차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교섭 결렬로 다시 파업에 돌입했다. 오전과 오후 근무조가 각각 6시간씩 파업에 들어갔다. 임단협 교섭을 앞두고 사측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다. 노조는 전날 사측이 제시한 임금 1만4400원 인상, 성과급 250%+일시금 250만원 지급안에 대해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노사 양측은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본인들의 목소리만 높였다. 어느새 현대차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국가 경제는 물론 지역 경제까지 심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매년 반복되는 현대차의 파업 뉴스는 연일 신문과 방송을 도배하고 있다. 
 
현대차는 글로벌 초일류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노사 문화는 여전히 후진적이다. 개선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현대차는 급변하는 글로벌 자동차시장에서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한번 충전으로 360km를 주행하는 전기차와 운전자가 없이 스스로 목적지까지 찾아가는 자율주행 등 최첨단 신기술개발에 자동차 회사들은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내연기관은 전기모터로 대체되면서 이동수단의 혁명이 도래하고 있다. 
 
과거 자동차산업은 진입장벽이 높은 산업 중 하나로 오랜 기간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통해 감성과 철학을 담아왔다. 하지만 전기차는 내연기관과 달리 배터리와 모터의 힘을 통해 달리기 때문에 훨씬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자동차 산업의 진입장벽이 낮아지면서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구글이나 MS, 중국 알리바바 등 IT기업들이 앞다퉈 스마트카와 전기차 분야에 진출하면서 국내 현대·기아차를 위협하고 있다. 
 
여기에 각국은 자국의 자동차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과 강력한 규제를 들이대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지난 1월 자국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방식의 전기버스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과 유럽도 자국 보호주의를 내걸고 철강, 전기·전자뿐 아니라 자동차까지 폭넓게 도입하려 애쓰고 있다. 현대차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부정적 얘기들이다. 
 
이처럼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위기상황에 놓였지만, 현대차 노조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 하다. 당장 60세까지 평생고용협약 덕분에 먹고 사는 데 전혀 지장이 없기 때문이다. 올해 임단협에서도 미래 대비 기술투자나 품질향상에 대한 발전적인 내용 등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기업은 경영자의 몫, 노동자는 최대 임금에 관심을 쏟을 뿐이다. 
 
지난해 현대차 노동자(조합원)들의 평균 연봉은 9700만원으로 자녀 3명에 대한 대학등록금을 지원해줬다. 올해는 임금인상 7.7%, 순이익의 30% 성과급을 요구하고 있다. 일반 노동자의 입장에선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물론 노동의 대가를 정당하게 받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1억원에 육박하는 연봉이 현대차 조합원 노력의 대가인지 아니면 2차, 3차 협력사와 하청 노동자가 노력한 대가도 포함돼 있는지 냉정하게 판단해 봐야 한다. 가령 원청의 기여도를 100이라고 하면 1차 협력사 64%, 2차 협력사 34% 수준이라고 한다. 원청 노동자의 임금 인상분이 쏠리면 상대적으로 하청 노동자의 임금은 줄 수밖에 없다. 또 원·하청간 임금격차가 좁혀질수록 청년들의 취업도 확대될 수 있다. 
 
매년 반복되는 현대차 노조의 임단협 파업. 그들은 국가 경제에 대한 고민도 청년 실업자와 실직 노동자의 쓰라린 현실도 남의 얘기처럼 외면한 체 살아가는 것 같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현대차 노조가 국민의 신뢰와 기대를 다시 받기 위해서라면 함께 협력사와의 형평성 등도 충분히 고려해봐야 한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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