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오는 25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를 앞두고 부동산과 건설업계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공급과잉 여파로 침체 조짐이 보이고 있는 지방에 이어 수도권 시장까지 침체될 경우 부동산 장기 불황이 시작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양권 전매 제한기간이 연장되면 서울 강남 재건축 시장을 비롯해 위례, 다산, 동탄 등 수도권 주요 신도시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9일 열린 가계부채 관리협의체 회의에서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전체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해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것을 막겠다는 의도에서다.
정부와 금융당국이 올 초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강화에 이어 중도금 대출 규제, 주택도시보증공사를 활용한 고분양가 억제, 분양권 전매 단속 등 각종 규제를 시행했지만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의 열기를 잠재울 수 없자 이번에는 '분양권 전매제도 강화'라는 카드를 새롭게 꺼내든 것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가계부채 위기의 주범이 주택담보대출이라는 입장이다. 그중에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지 않는 집단대출 급증을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주택공급이 대폭 늘면서 가계부채도 덩달아 급증했다는 것이다.
반면 건설업계와 부동산 업계에서는 주택담보대출 보다는 금융사들의 신용대출이 더 위험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주택을 담보로 하기 때문에 신용대출에 비해 금융사들의 회수 가능성이 높고, 연체율도 신용대출에 비해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제 올 상반기 말 기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24%로 신용대출 연체율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는 지방에 이어 수도권 시장까지 냉각될 경우 부동산 장기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분양권 전매제한이 강화될 경우 이미 공급과잉으로 침체된 지방 시장보다는 아직 분양열기가 남아 있는 수도권 시장에 더 큰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권 전매제한이 강화될 경우 국내 부동산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한 주요 재건축·재개발 단지와 위례·다산·미사·동탄2 등 수도권 주요 신도시 단지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지방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하방 위험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를 더욱 부추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 조치가 시행될 경우 기준이 어떻게 정해지느냐에 따라 지역별로 다른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면서도 "수도권의 경우 청약률이 떨어지는 수준이라면 지방은 매매가격 하락에 더해 미분양 증가 등으로 침체가 더욱 장기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업계에서는 박근혜 정부 들어 부동산 정책의 일관성이 없어 시장의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A공인중개사 대표는 "경제를 살리겠다고 그동안 규제를 다 풀어 부동산 투자를 유도해놓고 뒤늦게 규제에 나서고 있다"며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정치논리에 휘둘리는 일관성 없는 정책은 시장 혼란만 부를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오는 25일 정부 합동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를 앞두고 아직까지도 관련 부처와 내용을 협의 중"이라며 "분양권 전매제한 연장 등의 조치가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한 만큼 여러 변수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25일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 발표를 앞두고 전매제한 연장 여부에 부동산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이달 문을 연 경주현곡 2차 푸르지오 견본주택. 사진/대우건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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