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사드 문제, 이제부터 시작…소통 또 소통해야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2016-08-24 06:00:00 2016-08-24 06:00:00
올해 유난히 국민들을 괴롭히는 불볕더위 만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는 최근 터진 어느 이슈보다 오랫동안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여당은 여당대로 야당은 야당대로 사드에 대한 입장차를 드러내며 지리한 공방을 계속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방적으로 사드배치지역으로 선정된 성주군은 군민 1000여명이 삭발을 감행하며 사드배치 결사반대를 외치는 등 지역민심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정주호 숭실대 법학과 초빙교수
 
처음엔 사드 배치 자체를 반대하던 성주군은 결국 출구전략으로 사드배치지역에 대한 제3후보지 검토를 정부에 요청했고, 정부는 이를 받아들인 모양새다. 이는 님비(NIMBY), 즉 ‘내 뒷마당에는 안된다(Not In My BackYard)’라는 지역이기주의라는 비난과 함께 제3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 인근의 김천시민들이 대규모 사드배치 반대궐기대회를 예고하면서 본격적인 사드 남남갈등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성주군민에서 김천시민으로 바뀌었을 뿐 어떠한 소통없이 사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북한 핵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방어할 수 있다는 사드배치가 왜 이렇게 님비에 남남 갈등 우려까지 점점 문제가 꼬이는 것일까?
 
이러한 연유에는 정부가 자초한 소통없는 정책수행능력의 부재가 한 몫을 하고 있다. 우선 절차상으로도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드가 한반도 방어의 중요한 전략자산이라면 사드도입에 따른 다양한 논란이 충분히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한 해법 마련을 통해 국회 내에서 충분한 소통의 장을 열었어야 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는 반대로 국회와의 논의없는 일방적인 사드배치 발표로 국회로부터 거센 질타를 받았다. 심지어 지난 7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사드배치가 표면화되자 야당은 물론 여당에게까지 한 목소리로 절차상 문제를 질타당했다. 더욱이 한민구 국방장관이 국방위에서 사드배치 결정과정에 대한 야당의원의 질문에 궁색하게 답변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은 인터넷 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지난 2013년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사드에 대해 구입을 결정하거나 고려하지 않고 있으며, 독자적인 한국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는 발언으로 사드도입을 일축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3년 만에 사드는 박근혜 대통령에 의해 한반도 수호의 절대 방어무기가 되어, 이를 비판하는 국민은 북한의 의도에 말려드는 어리석은 국민으로 취급을 받게 됐다. 소통없는 일방적인 낙인 속에, 왜 3년 만에 사드도입이 절대화됐는지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은 부재하다.
 
사드 배치에 따른 비용부분에서도 국회와의 논의없이 이루어져 정부의 설명은 우왕좌왕이다. 지난 5일 국회에서 이루어진 대정부질의에서 사드배치운영비용은 미국부담이였다가 불과 2달만에 사드배치비용에 방위비분담금으로 전용할 수 있다고 정부의 입장이 바뀌었다.
 
방위비분담금 지출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국회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비용부분에서 더욱 우려되는 것은 최근 미국대선에서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 민주당 클런턴 후보 모두 우방국에 주둔한 미군의 비용부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중 방위비 분담의 주요 타켓으로 주한미군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미국 대선이 끝난다면 미국정부의 정책에 따라 수 조원에 육박하는 사드포대 무기체계비용까지 한국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밖에도 사드배치에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우려와 함께 정부의 정책수행능력에 대한 다방면의 시험대를 가지고 있다. 앞서 말한 사드배치지역 선정 과정에서의 님비현상과 남남갈등으로 번지는 국민여론부터 사드배치에 따른 환경·비용문제, 주변국들의 반발 특히 중국의 경제보복과 대북공조의 균열문제,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로 대립되는 신냉전 구조에 대한 우려 등 외교적 문제까지 하나하나 우리 국민의 안위와 직결되는 중대한 시험대들이다.
 
몇 달간 사드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러웠지만 불행히도 사드배치문제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인 듯하다. 지금까지 언급한 사드배치에 대한 정부의 독불장군(獨不將軍)·좌고우면(左顧右眄)·우왕좌왕(右往左往)의 모습으로는 사태만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해법은 국민과 소통, 주변국과의 소통에 있다. 사드가 정말 북한핵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킬 수 있는 필수적인 방어체계라면 그에 대한 실증적 근거를 가지고 국민과 소통하고 설득하며, 주변국과 소통해야 안심시켜야 한다.
 
사드배치에 따른 환경문제 또한 객관적 조사와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투명한 정책결정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사드배치지역의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한다. 어렵지만 소통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민주사회가 수행해야 할 당연한 정책과정이자 의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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