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정부가 분양시장 과열을 우려해 공공택지 공급 조절에 나섰다. 하지만 매수세가 오히려 더 살아나면서 가격이 오르고 거래도 늘면서 시장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국지적인 현상'이라며 정부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지만 주택 수요자들은 주택구입을 서둘러야 한다며 매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분양 물량도 크게 늘면서 향후 폭락 우려만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정부가 공공택지 공급 추가 감소 의지를 내비친 지난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인 지난 9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0.10% 상승했다. 지난 4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일 뿐만 아니라 올 들어 월별 최고 상승폭이다.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수세가 이어지며 거래량도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지난달 총 1만1054건의 아파트 매매거래가 이뤄지며 지난해 9월 거래량 8989건을 크게 뛰어 넘었다.
2016년 월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추이. 자료/한국감정원
하지만 정부는 국지적 현상이라며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전반적인 상승세보다는 국지적 상승으로 보인다"며 "최근 부동산 가격은 수도권이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지만 지방은 하락하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지적 현상으로 여기기에는 분양시장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기존 주택시장보다 더 뜨거운 열기를 연일 내뿜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8.25 대책 이후 지난달 말까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분양한 단지는 모두 9개 단지, 7400여가구에 이른다.
이들 물량은 평균 17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모두 1순위에서 마감됐다.
수도권 공공택지가 아니어도 입지가 좋은 단지들은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달 분양에 나선 장위뉴타운 '래미안 장위1'은 평균 21대 1로 올해 서울 강북권 사업장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 서초구 재건축 단지인 '아크로 리버뷰'는 평균 3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올해 서울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3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하며 올해 최고 경쟁률 기록을 갈아치운 '아크로 리버뷰' 견본주택 모습. 사진/대림산업
공급물량 역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이달 분양물량은 9만5000여가구에 이른다. 이는 전달 분양실적 1만4200가구보다 6배 넘게 많을 뿐 아니라 지난 2009년 이후 10월 분양물량으로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김병기 리얼투데이 연구실 과장은 "건설사들이 시기 조절에 나섰던 물량을 대거 쏟아내면서 역대 최대 물량이 쏟아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신규 공급 축소 방침을 밝히면서 수요자들이 공급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 예상에 더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시장과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주택 가격 상승폭이 커지면서 향후 시장 침체기에 낙폭이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준환 서울디지털대학교 교수는 "올해 초 정부는 시장과 건설업체의 자율적인 물량 조절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분석 실패로 뒤늦게 시장에 개입하게 된 것"이라며 "뒤늦은 (주택시장)조절 방침에 시장 자율 조정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면서 향후 급랭 우려만 더 커졌다"고 꼬집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