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용현기자] "집주인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고 하고, 매수자는 기존 가격대로 사겠다고 맞서기 때문이죠. 한 두 건이 아니에요. (계약 무산이)허다해요. 일주일 사이에 1000~2000만원이 오를 때도 있어요."(하남 H공인 관계자)
올해 초 주춤했던 수도권 매매시장이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오름폭을 더 키우고 있다. 매수자는 많지만 매도 물건이 끊긴 지역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고 있다. 매도자 우위의 장세가 더 확연해지면서 매매 계약 직전 가격을 올리는 집주인들이 늘면서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지난 달 28일 2억7500만원에 거래됐던 경기 하남 덕풍동 한솔솔파크 전용 84.99㎡는 불과 일주일 후인 이달 4일 1000만원이 오른 2억85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또 김포시 장기동 한강신도시푸르지오 전용 59.95㎡역시 지난 달 말 2억8000만원에서 이달 초 2억9000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경기뿐만 아니라 서울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재건축·재개발 이주수요와 실수요자들의 매수세가 이어지면서 하루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르고 있다.
실제 한국감정원 통계를 보면 지난 달 초 0.13% 수준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주간 상승률은 최근 두 배 가까운 수준인 0.22%까지 확대됐다. 최근 3주 연속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가격 상승폭이 커지면서 집주인들이 계약 직전 가격을 올리면서 거래가 무산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물건을 내놓은 시기와 계약 체결 시기에 차이가 나면서 주변 시세가 더 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수자 입장에서는 마땅히 대처할 방법이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 광진구 강변공인 관계자는 "서울 끝자락에 위치해 있지만 강남 출퇴근이 편리해 강남구나 강동구 등 재건축 이주로 인해 이사 오는 분들이 많다"며 "찾는 사람이 계속 이어지면서 집주인들이 시세에 따라 수시로 가격을 올려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계약하러 찾아왔다가 허탕치고 가는 경우도 많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한 중개업소 모습. 매매와 전세가격 동반 상승에 계약 직전 집주인들이 매도가를 올리면서 매수자와의 계약이 무산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전셋값 역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어 내집 마련에 나서는 수요자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오른 가격에 계약을 체결하기도 한다.
서울의 경우 추석 연휴가 겹치며 잠시 주춤했던 아파트 전셋값 상승폭이 최근 들어 5주 연속 커지고 있다. 지난 2012년 9월 이후 어느덧 49개월, 4년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내집 마련에 성공해도 걱정은 매한가지다.
지난 달 말 서울 노원구 중계동 59㎡ 한 아파트를 구입한 직장인 서정일(39·남)씨는 "전세 재계약 시점이 다가오면서 전셋값이 크게 올라 매매를 결정했다"며 "집을 사기 전에는 (집값이)더 오를까봐 걱정이었는데, 또 사고 나니 가격이 떨어질까봐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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