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압박에도 서울 분양시장의 고공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미분양 물량이 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일부 수도권 지역 및 지방 도시에 비해 공급량이 적은 데다 입지가 좋은 정비사업 위주로 분양이 이뤄지고 있어 부동산 폭락에 대한 위험이 적기 때문이다. 저금리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유동성이 풍부한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는 점도 서울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8.28 가계부채 대책 발표 이후 정부와 금융당국이 택지물량을 줄이고 집단대출 심사를 강화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분양물량을 쏟아내고 있는 건설사들은 중도금 대출 승인 문제 때문에 초긴장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는 중도금 대출이 승인되지 않아 대규모 미분양이 발생하기도 했다.
특히 지방 주요 도시에 이어 수도권 일부 지역까지 정부가 선정한 미분양관리지역에 포함되면서 이같은 불안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제1금융권에 이어 제2금융권도 신용대출이 급증하면서 대출 규제가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담보대출의 경우 이미 대출 총량 규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서울은 불패신화를 지속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가와 전세가, 청약경쟁률 등 분양시장의 기존 통계를 갈아치우며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의 경우 다른 도시와 달리 대규모 공급물량이 없는 데다 입지가 좋은 정비사업 물량이 대부분이어서 투자수요가 끊임없이 몰리는 탓이다.
지난 22일 서울 시내 견본주택에서 만난 정모(여, 48세)씨는 "정부가 집값을 낮추기 위해 갖은 방법을 내도 서울 집값이 크게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주춤하기는 해도 몇 년 갖고 있다 보면 다시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예비청약자 박모(여, 59세)씨는 "정부가 대출을 어렵게 한다고 해도 자기 돈이 있는 사람들은 별 영향이 없다"며 "은행에 둬도 이자도 붙지 않는데 이럴 바엔 비싸더라도 투자가치가 확실한 곳에 투자하는 것이 훨씬 낫다. 예상만큼 오르지 않아도 자식들 결혼할 때 물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전방위 대출 압박에도 서울 분양시장은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문을 연 신촌숲 아이파크 견본주택을 둘러보고 있는 관람객들의 모습. 사진/현대산업개발
실수요자는 아니지만 유동성이 풍부한 투자세력이 몰리면서 각종 대출 규제와 상관없이 서울의 청약 경쟁률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마포구 신수1구역 재건축 단지인 신촌숲 아이파크는 평균 74.8대1,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를 재거축한 고덕 그라시움은 평균 22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성북구 장위뉴타운 5구역을 재개발하는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는 평균 16.3대1로 올해 강북권 최다 청약자 수를 기록했다.
이에 서울 강남 등 과열현상을 보이는 곳을 타깃으로 하는 ‘핀셋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남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공급과잉에 따른 미분양 증가 등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가라앉고 있기 때문에 전매제한이나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같은 정책은 전체 부동산 경기 위축 등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이와 관련 지난 17일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일부 지역은 부동산시장에 과열현상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서지컬(외과수술) 방식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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