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와 금융당국의 부동산 대출에 대한 압박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시중은행에 이어 저축은행 등 2금융권 대출 심사가 강화된 데 이어 보험사까지 부동산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추세다. 아파트 중도금과 주택 구입 자금 옥죄기 이후 부동산 개발 자금까지 잇따라 제동을 걸면서 부동산 시장의 수요와 공급이 모두 영향을 받게 됐다.
7일 금융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의 후속조치로 시중은행에 이어 보험사도 부동산 대출 관련 리스크를 강화하고 있다. 제1금융권과 2금융권의 중도금 대출 심사 강화와 집단대출 시 소득 확인이 의무화됐고 대출금리도 올랐다.
금융감독원이 주요 은행들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에 돌입하면서 은행들의 집단대출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주택도시보증공사나 주택금융공사의 중도금 대출 보증도 1인당 총 4건에서 2건으로 줄었고 이들 기관 보증을 통해 100% 받을 수 있었던 중도금 대출도 90%로 줄었다.
신규 PF 대출에도 제동이 걸렸다.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을 포함한 전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현황 점검에 착수했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도 대출자의 소득요건 심사를 강화하고 지역별 부동산 가격을 주시하고 있다. 신규 PF의 사업성 평가 기준 및 시공사의 등급 평가 기준도 강화하고 있다.
그동안 부동산 PF 대출은 보험사나 증권사의 새로운 투자처로 인식돼 왔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외에 마땅한 투자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각종 부동산 시장 규제로 개발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낮아지면서 리스크 관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특히 제1, 2금융권으로부터 자금줄이 막힌 개인이나 부동산 개발사들이 보험사나 증권사로 몰리면서 불안감을 키웠다.
보험사의 부동산 담보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40조2000억원에서 올 상반기 53조2200억원으로 13조원 이상 늘었다. 또 올 상반기 말 기준 금융권 전체 PF대출 잔액은 약 50조원 규모로 이중 보험업계 잔액이 13조원을 차지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정부가 수요자에 이어 공급자의 자금 대출까지 옥죄기에 들어가면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11.3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사실상 전매제한이 금지된 강남4구를 비롯한 서울 및 수도권 주요 정비사업 현장의 경우 자금을 확보하지 못해 개발사업을 미루거나 중단하는 사례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대형건설사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주택사업으로 벌어들인 현금이 풍부해 자체적으로 조달이 가능하지만 중견 건설사 이하 업체들은 정비사업 등 각종 부동산 개발 사업 일정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다. 정부의 공공택지 축소 방침에 따라 정비사업으로 눈을 돌렸지만 자금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이마저도 여의치 못한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8.25 대책에 이어 11.3 대책 모두 결과적으로는 부동산 자금줄을 조이는 효과를 보일 것"이라며 "수요자는 부동산 구입 문턱이 높아지고, 개발자는 사업계획에 지장을 받는 등 양측의 부담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은 입주 대기 물량이나 공급물량이 그다지 많지 않아 약 한 달 정도면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상승폭은 이전에 비해 제한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중은행에 이어 보험·증권사 등 금융계 전반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부동산 시장 침체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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