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전경련, 회장 자리 누가?
'전경련 해체', '차기회장 선출' 논의 전망
2016-11-09 08:00:00 2016-11-09 08:00:00
[뉴스토마토 김혜실기자] 해체 위기에 직면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최순실 게이트의 모금창구 역할을 했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기업들 사이에 전경련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다시 한 번 점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전경련의 고위 간부는  "최근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같은 기금 모금에 나서면서 ‘수금책’으로 전락을 자초했다”며 "심지어 2000년대 들어 전경련 회장직은 이미 재계에서 기피 대상이 된 지 오래"라고 내부 실정을 토로했다. 이같은 세간의 해체 압박에 따라 전경련 회장단은 머리를 맞대고 '전경련 해체'와 '차기 회장선출' 등을 골자로 하는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당초 오는 10일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최순실 사태 후 첫 '비공개 회장단 회의'를 열기로 했었다. 하지만 주요 그룹 회장들이 참석을 꺼리면서 취소됐다. 전경련 측은 “확인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지만, 재계에선 주요 그룹 회장들이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는 취소됐지만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사태 이후 전경련 문제점과 위기 타개책에 대한 논의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또 허창수 회장이 내년 2월 임기가 끝나는 만큼 후임 회장에 대한 논의도 필수적이다. 다만, 평소에도 기피하는 회장 자리를 이번에 나서서 맡을 재계 수장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적으로 전경련 해체 요구가 빗발치는데 대한 평가와 향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국내 주요 대기업들에게 전경련 해체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한화 등 전경련 회장단 소속 6개 대기업에 전경련 해체 및 탈퇴 여부 등을 묻는 2차 공개질의를 전달한 상태다. 한국노총도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경련 해체를 촉구했다.
 
기업들 역시 전경련에 등을 돌린 상황이라 해체설에 힘을 실을 가능성도 있다. 전경련은 자유시장경제 창달이라는 설립 목적 하에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산업 발전을 도모하고자 했던 본래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최근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역할 역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니 기업 입장에서도 전경련 해체가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특별히 득이 될 것이 없는 상황에서 매달 납부하는 회원비와 각종 모금이 부담스러울 뿐이다. 기업이 모금에 참여하는 것이 대가성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모금을 거부하거나 금액 축소를 요청하는 기업들도 많은 만큼 부담이 되고 있음은 확실하다.
 
전경련 해체가 아니라면 전경련 역할에 대한 재정립을 논의할지 관심이 쏠린다. 법인세 인상,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등 그룹 경영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각종 법·제도 개선 방안 건의와 이해 관계를 같이 하는 기업들 간의 협력 관계 구축 등 실질적인 역할에 대한 논의가 제기될 수 있다. 다만 모금창구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어떤한 규제 개편의 목소리도 낼 수 없는 사면초가의 상황이다.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후임 회장의 역할도 중요하다. 허창수 회장이 3연임 후 재임을 마다했고,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사태 이후 책임을 회피하면서 리더십이 무너져 실질적으로 더 이상 연임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룹마다 3세 경영이 본격화되면서 전경련 후임 회장도 3세 리더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10대 그룹 총수들 상당수가 사장을 대리출석 시키고 회의도 참석하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알려진 바 있다. 
 
대안은 중견그룹회장이다. 하지만 과거 김각중 경방 회장, 강신호 동아제약회장 등 중견그룹회장이 전경련 회장을 맡아 재계의 대표성과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도 있었다. 위기의 전경련을 바로 세우기에는 역부족일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거론되겠지만, 사실상 주요 그룹 총수들이 불참하는데 논의가 되겠냐"며 "지금 이 시점에 회장직을 맡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전경련회관.(사진=뉴시스)
 
김혜실 기자 kimhs2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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