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대기업 등을 상대로 한 재단 설립자금 출연 경위 등을 캐내기 위해 박근혜 대통령을 직접 조사한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는 13일 “다음 주 화요일이나 수요일 박근혜 대통령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순실과 연관된 여러 가지 의혹들에 대해 대통령을 조사해야한다는 게 검찰 입장“이라며 ”대면조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12일과 13일에 걸쳐 대기업 총수들을 집중 조사해 박 대통령 조사를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 대통령을 조사하는 게 급한 상황”이라며 “늦어도 대통령을 다음 주 수요일까지는 조사해야 한다”며 주말에 이뤄진 재벌 총수 조사에 대해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 7개 그룹 총수들은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오찬간담회를 가진 뒤 별도로 개별 면담을 했고, 이후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설립자금을 출연했다. 박 대통령은 오찬간담회에서 ‘한류 확산을 위해 기업들이 (재단을) 도와줬으면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총수들을 대상으로 개별 면담자리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전날 정몽구 회장, 김승연 회장이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이재용 부회장은 13일 오후 검찰에 나왔다. 박 대통령을 상대로는 두 재단 설립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지시를 했는지 등을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르·K스포츠재단 재단 설립을 위해 삼성이 204억원, 현대차가 128억원, SK가 111억원을 출연했다. LG와 포스코 롯데 등도 수십억원을 냈다. 이 대가로 기업들이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박 대통령이 기업을 상대로 제3자인 재단에 돈을 내도록 했다면 제3자 뇌물죄가 성립할수 있다.
비선실세로 각종 이권에 개입한 혐의로 구속된 최순실(60·개명 후 최서원)씨에게 대통령연설문이 전달된 배경도 수사 대상이다. 최씨는 박 대통령의 독일 드레스덴 연설문을 포함해 각종 대통령연설문과 군사기밀자료 등을 사전에 보고받고, 수정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박 대통령은 대국민 사과를 통해 연설문 수정 등에서 최씨의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이 연설문을 사전에 최씨에게 보고하라고 참모에게 지시했거나 묵인 속에 이를 방치했다면 공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9월4일 항저우 G20 정상회의 개막식에 참석해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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