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0·구속)씨 의혹에 대한 화를 참지 못해 굴착기로 대검찰청에 무단으로 진입한 4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이철희)는 굴착기 기사 정모(45)씨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특수공용물건손상·특수건조물침입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6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정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20분쯤 서울 서초구 반포대로에 있는 대검 정문의 철제문과 차단기를 굴착기 집게로 집은 후 바닥에 내리쳐 부수고, 굴착기의 암(arm)과 집게를 좌우로 흔들어 청원경찰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면서 안으로 진입한 혐의다. 이후 정씨는 굴착기를 운전해 대검 민원실 앞 돌계단 쪽으로 다가가 집게로 계단의 난간을 부수고, 계단을 타고 올라가 민원실 출입구 쪽으로 돌진한 후 건물 기둥, 출입문, 유리창, 전광판 등을 잡아 뜯어냈다.
정씨가 대검으로 침입해 부순 출입차단기, 돌계단, 민원실 출입문, 전광판, 창호, 기둥 등의 복구에 약 1억5000만원의 수리비가 든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정씨는 경비업무 중이던 청원경찰 A씨가 굴착기의 조종석 옆으로 올라와 자신을 제압하려 하자 조종석을 좌우로 회전시켜 A씨의 상체를 밀어 조종석과 바퀴 사이로 떨어지게 하는 등 약 6주간의 상해를 입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근 일감이 없어 생활고에 시달린 정씨는 최씨의 호화 생활에 반감을 품던 중 범행 당일 오전 3시쯤 전북 순창군에 있는 모텔에서 최씨의 검찰 출석 관련 언론 보도를 보고 격분해 검찰에 분풀이하기로 마음먹고, 굴착기가 실린 트럭을 운전해 서울로 온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정씨는 2007년 7월3일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고, 지난 7월26일 전주지법 정읍지원에 도로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포크레인이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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